'조기 대선론' 부상… 잠룡들 사퇴시기 저울질
  • ▲ (사진 왼쪽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 뉴데일리 DB
    ▲ (사진 왼쪽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 뉴데일리 DB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단축에 따른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현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대권 행보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4월 퇴진, 6월 대선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달 중 탄핵을 전제로 하는 야당의 대선 스케줄은 이보다 빠르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 선거를 선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궐위 시 치러지는 선거는 '보궐선거'에 포함돼 출마를 원하는 지자체장은 선거 30일 전에만 직을 사퇴하면 입후보할 수 있다.

    여야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안희정 충청남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아직까지 출마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모두 민심 읽기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야권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방을 잇달아 방문하며 지역 민심 읽기에 나섰다. 박 시장은 충청, 광주, 춘천, 제주 지역 등을 방문해 특강을 하거나 지역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 SNS를 통해서도 중앙정부와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일 박원순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들의 촛불 집회를 통해) 어떤 경우에도 박근혜 즉각 하야는 돌이킬 수 없는 일임을 확인했다"면서 "박근혜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는 탄핵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9일 국민들과 함께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 ▲ 4일 박원순 서울시장 페이스북 글 ⓒ 박원순 서울시장 페이스북 캡쳐
    ▲ 4일 박원순 서울시장 페이스북 글 ⓒ 박원순 서울시장 페이스북 캡쳐



    지난 3일부터는 박 대통령 퇴진까지 '박원순과 국민권력시대' 토론회를 매일 시청 광장에서 갖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시장은 5일 오후 민주당 의원 77명과 함께 하는 '국민권력시대, 어떻게 열 것인가'라는 시국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할 계획이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신당 창당'을 시사했다. 지난 22일 탈당 기자회견에서 남 지사는 "생명이 다한 새누리당을 역사의 뒷자락으로 밀어내고자 한다"면서 "그 자리에 정당다운 정당,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현재 새누리당 내 탈당을 고민하는 의원이 (교섭단체 구성요건인) 20명이 더 된다"면서 "새로운 분들, 현재 정치권 안에서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분들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남 지사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6차 촛불집회에 참석해 "탄핵이 답이자 질서 있는 퇴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 3일 남경필 지사 페이스북 글 ⓒ 남경필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캡쳐
    ▲ 3일 남경필 지사 페이스북 글 ⓒ 남경필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캡쳐



    또 다른 야권 대선 후보인 안희정 충청남도 도지사는 조기 대선에 신중한 입장이다. 박 대통령이 권한을 즉시 내려놓되 여야가 법률적 사퇴일시를 합의해 흔들림 없는 정치 일정을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안 지사는 "대통령이 사퇴하면 60일 이내 (대선을) 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다른 많은 분들이 논란이 있다"면서 "60일 갖고는 현재 정당 내 경선과 본선 선거를 치르기 너무 촉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직은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하는 자리도 아니고, 물러난다고 해서 당장 가출하듯 짐 싸서 나갈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며 "국가의 국정 공백을 막고 혼란을 막기 위해서 현명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안 지사의 발언은 조기 대선 시 치르게 될 당내 경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현 상황에서 경선을 치를 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가장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여권 대선 후보로 거론 중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당을 지키며 탄핵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탈당을 감행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달리 '당 지키기'를 통한 내부개혁에 매진하겠다는 주장이다.

    앞서 원희룡 지사는 "개별적 차원의 탈당은 하지 않는다"며 "정치 상황 때문에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해온 도전 가치가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