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없었다' 철옹성에 속수무책 답정너 의원들 괜한 핏대, 오지랖 참고인 오버 '눈총'

  •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6일 국회 최순실 청문회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 국회 공동취재단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6일 국회 최순실 청문회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 국회 공동취재단


28년만에 치러진 재벌 총수 청문회는 요란한 '빈수레'로 마무리 지었다. 국내 9대 기업 총수가 줄줄이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한 몸처럼 "대가는 없었다"고 부인해 국조특위 의원들도 거세게 몰아부치지 못했다. 

6일 국회에서 오전 10시부터 치러진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이날 밤 11시가 넘어서야 종료됐다. 무려 13시간 동안 치러진 재계청문회에서 일부 총수들은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핵심 답변을 비껴가면서 속시원한 '한방'은 자리하지 못했다. 

특히 청문회에는 총 9명의 대기업 총수가 출석했지만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한 명에게만 질문이 집중되면서 사실상 이재용 청문회나 다름없었다. 


◇ CJ 손경식, 박 대통령 국정운영 '군부시절'에 빗대 

대기업 총수들은 일제히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대해 '대가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질적 모금책 역할을 한 전경련의 허창수 회장은 "청와대의 출연 요청을 거절하기 어렵다"고 강제성을 일부 시인했다. 하지만 뇌물죄로 연결지을 만한 특혜의 고리는 짚어내지 못했다. 

정부가 시내면세점 추가 지정을 예고하면서 특혜 논란이 일었던 SK와 롯데 측은 일제히 대가성을 부인했다. 

최태원 SK회장은 "대가성이란 생각을 갖고 출연한 바는 전혀 없었다"고 했고, 신동빈 롯데 회장도 "대가를 기대하고 출연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특히 신 회장은 롯데의 K스포츠재단 70억원 추가 지원 결정은 본인이 아닌 고(故) 이인원 롯데 부회장이 내린 것이라고 했다.  

  •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6일 국회 최순실 청문회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 국회 공동취재단


  • 이날 국정감사에서 가장 거침없이 발언을 쏟아낸 인물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이었다. 그는 특위 위원들의 질문이 나올 때마다 작심한 듯 의견을 피력했다. 

    손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수행 자격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예전 군부시절 그런 경우가 있었다"고 답했다. 현재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군사정권에 빗댄 셈이다. 

    또 대통령의 비선실세 중 한 명인 차은택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한 차례 만난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실무진으로부터 차 감독이 그룹 창조혁신센터를 맡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조카인 이재현 회장의 사면 청탁과 관련해 "그렇지 않다"고 단호히 말했다. 

    오후 6시 30분께 청문회가 길어지자 더이상 질문이 남지 않은 현대차 정몽구, LG 구본무, CJ 손경식 회장은 자리를 떴다. 고령인 정 회장은 즉각 병원으로 이동해 진찰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 CJ 손경식 회장이 6일 국회 최순실 청문회에 참석해 답변중 물을 마시고 있다. ⓒ 국회 공동취재단
    ▲ CJ 손경식 회장이 6일 국회 최순실 청문회에 참석해 답변중 물을 마시고 있다. ⓒ 국회 공동취재단



  • ◇최순실 청문회 아닌 삼성 이재용 청문회  

    이날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의 주인공은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자신에게 한꺼번에 질의가 계속되자 긴장한 모습으로 차분히 답변에 나섰고 까다로운 질문에는 난감한 얼굴로 입술을 굳게 다물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 해체, 전경련 탈퇴 등을 선언했다.

    그는 "미래전략실은 창업자이신 선대 회장께서 만드신 것이고 (이건희) 회장께서 유지해오신 것이라 조심스럽지만 국민 여러분에게 이렇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없애겠다"고 했다. 

  •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6일 국회 최순실 청문회에 참석해 잠시 눈을 감고 있다. ⓒ 국회 공동취재단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6일 국회 최순실 청문회에 참석해 잠시 눈을 감고 있다. ⓒ 국회 공동취재단


  • 이어 "말씀드리기 적절한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의원님의 질타도 있었고, 미래전략실 관해서 정말 많은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전경련과 관련해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지난 2008년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실명 전환과 사회 환원 약속에 대해 "어머님(홍라희), 형제들과 의논해 결정할 시기가 오면 좋은 일에 쓸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부회장은 삼성 그룹차원의 정유라 승마 지원과 관련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들었다"고만 답했을 뿐 이어지는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박근혜 대통령과 두 차례 독대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그 자리에서 삼성물산 합병 문제나 기부금 출연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대가성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