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하는 '해운-조선' 유가 상승 힙입어 바닥 찍고 상승세 전환 기대정유업계, 재고평가이익 상승세 힘입어 최대 실적 달성 청신호


러시아, 멕시코 등 비OPEC 회원국 11개국이 OPEC의 감산 정책에 동참하면서 국제 석유시장이 요동칠 조짐이다.

세계 석유시장의 기준이 되는 WTI(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이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섰고, 북해산 Brent(브렌트유) 역시 55달러 수준에 근접하면서 2014년 저유가 시대 돌입 이후 최고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원유수입의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Dubai) 역시 강세를 시현하며 WTI 가격에 근접하며 초강세다. 이처럼 OPEC과 비회원국들이 공동으로 원유생산 감축에 합의한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다.

OPEC에 가입하지 않은 러시아 등 11개 산유국은 최근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를 열고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중 55만8000배럴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OPEC 비회원국 중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가 감산분의 절반가량을 맡았다. 이번에 석유 감산에 합의한 OPEC 비가입국은 러시아 외에도 멕시코,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오만, 아베르바이잔, 바레인, 적도기니, 수단, 남수단, 브루나이 등이다.

이번 감산 합의는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되며 6개월간 유효하다. 시장 상황에 따라 감산 조치는 추가로 연장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역사적인 사건"이라면서 "수많은 산유국이 한 방에 모여 이런 일을 이뤄내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등 11개국의 감산은 OPEC의 감산 합의에 이어 나온 것으로 향후 시장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앞서 OPEC은 지난달 30일 빈에서 총회를 열고, 석유가격 하락을 막고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 상황 개선을 위해 회원국들이 하루 최대 원유생산량을 3천250만배럴로 120만 배럴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후 OPEC은 비가맹 산유국들도 감산에 참여시키기로 하고 설득 노력을 전개해 왔다.

비OPEC 국가들의 감산 정책에 사우디아라비아 칼리다 알 팔리 에너지장관은 '역사적'인 합의라며 환영의 뜻을 표하며 "내년 국제석유시장을 안정시키고 관련 투자도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OPEC 역시 환영 의사를 밝혔다. 산유국들은 감산 합의의 이행을 감독하기 위해 OPEC 회원국 3곳, 비회원국 2곳이 참여하는 감시위원회를 조만간 출범시킬 계획이다.

그동안 국제유가는 과잉공급으로 2014년 초 배럴당 90달러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해 올해 초에는 40달러 선까지 폭락한 바 있다. 국제유가 폭락은 사우디 등 산유국들의 재정위기를 불러왔고, 대규모 SOC 사업 및 플랜트 발주 급감 등으로 이어지며 산업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생산량 감축 합의는 곧 유가 상승을 의미한다. 결국 유가 상승은 전세계 산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몰락하고 있는 '해운-조선'업계에 희소식이다. 유가 상승 힙입어 운임이 올라 수익이 개선될 수 있으며, 해운업계의 수익 개선은 자연스레 신규 선박 발주로 이어지면서 조선업계의 숨통도 트일 수 있게 된다.

특히 석유수출로 대부분의 재정을 충당하는 산유국들 중심으로 미뤄왔던 대규모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재계와 정유, 석유화학 등 대규모 플랜트사업 재개도 가능해 진다.

정유업계 역시 유가 상승으로 재고평가 이익이 늘어나면서 원료수입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제품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 극대화가 기대된다.

유가가 하락세일 경우 우리나라 특성상 원료인 석유가격이 실제 시설 투입시기에 더 떨어져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지만, 상승기에는 이와 반대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 올들어 국제유가가 시나브로 상승세를 보였고, 이번 OPEC과 비 OPEC 산유국들이 감산을 결정함으로써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유가 강세가 예측되는 만큼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하지만 이번 감산으로 산유국들이 노릴 수 있는 유가 상승 수준은 제한적이다. 미국이 석유, 가스 등에 금수조치를 풀어 놓은 상황에서 언제든지 세계 시장에 석유와 셰일가스를 풀어 놓을 수 있는 만큼 상승푝이 제한 될 수 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셰일가스의 생산한계 기준은 배럴당 60달러 수준. 국제유가가 60달러를 넘어갈 경우 가격졍쟁력이 발생하는 만큼 당분간 55~65달러 수준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트럼프 정권과 사우디와의 새로운 관계 구축 조짐이 감지되면서 향후 지정학적 불안과 이에 따른 생산차질이 발생할 경우 유가 급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