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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더미 같은 부채 처리문제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석유공사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인사 내홍에 휩싸여 있다.
현대중공업 출신인 김정래 석유공사 사장이 최근 경영관리본부장과 기획예산본부 고문 등을 모두 현대중공업 출신으로 채용한데 따른 반발이다.
김 사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석유공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여수 오일허브 대표에도 현대중공업 출신 장동수씨를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공사 측은 "채용 과정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며 "노조가 임금협약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자 경영진을 압박하기 위해 액션을 취하는 것"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경영혁신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민간 전문가 영입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에 영입된 인사 대부분은 현대중공업의 플랜트 설계 및 운영 경력자들로 석유공사의 본연의 사업인 자원탐색·시추, 원유정제 등과는 거리가 있다.
공사 노조는 이같은 점에 비춰 김 사장의 이번 인사는 임금반납과 조직 축소 등의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직원 정서에 반하는 것으로 사장의 전 회사 측근들에 대한 특혜일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급기야 노조는 지난달에는 조합원 97% 이상의 찬성을 받아 사장 퇴진을 결의하기도 했다. 공사의 전체 직원은 1320명, 조합원은 1000명이다.
노조는 또 김정래 사장에 이번 인사에 대해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자원개발관련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들어와 공사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며 "석유공사는 현대중공업 친목단체가 아니다"라고 힐난했다.
또 “우리는 다른 노조처럼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합리적 인사가 이뤄질 경우 고통을 함께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올해 석유공사의 영업손실액은 3692억, 순손실은 4조5002억이며 부채 비율은 516%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