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혼란 속 성과연봉제 도입 강행 ‘구설수’증권·보험사 대형화 바람에 희망퇴직 부작용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올해 금융권은 곳곳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은행권은 1년 내내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정부-경영진-노동자가 충돌했다. 지난 9월 금융노조는 총파업으로 맞섰지만 정부의 성과연봉제 강행은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자살보험금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생명보험사 간 갈등 양상도 극에 달했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지급을 지시하며 미지급 시 초강력 징계를 예고했다. 하지만 일부 대형사는 법원 판결을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이밖에도 증권사와 보험사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주인을 맞이했으며 우리은행은 16년 만에 정부의 그늘에서 벗어나 민영화에 성공했다.

    ◆성과연봉제, 공기업 이어 민간은행까지 도입 강행

    올해 최대 화두는 성과연봉제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원들의 고착화된 호봉제가 은행 수익성을 저해한다며 성과연봉제 전환을 독촉했다.

    시중은행장 역시 정부의 방침에 동조하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공기업들은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기습 도입해 직원들과 마찰을 빚었다.

    결국 지난 9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을 중심으로 은행권 총파업이 진행되며 은행원들의 반대 목소리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들의 아우성도 금융위원장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시중은행장에게 성과연봉제 도입을 다시 한 번 주문했으며 신한은행, 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8개 시중은행은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시중은행의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은 앞서 기습적인 이사회를 통해 의결한 금융공공기관과 같다.

    그러나 노조 측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도입을 결정한 것이라며 크게 반발, 국민은행 지부 등 일부 노조는 이사회 의결 이후 은행장실을 점거하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생명보험사 자살보험금 미지급 소멸시효 논란

    자살보험금 소멸시효 논란은 올 한해 보험업계의 뜨거운 이슈였다.

    보험사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은 2014년부터 불거졌다. 과거 2003년 생명보험업계에서 일본의 보험 약관을 그대로 반영해 상품을 만들어 판매한 게 화근이었다.

    당시 재해사망특약에는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나 특약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문구가 담겼다.

    재해사망특약에 가입한 고객에게는 일반 사망보험금의 2~3배 많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2014년 13개 보험사들은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는 이유로 일반 보험금을 지급했다.

    이에 금감원이 검사에 나서며 압박을 가하자 법원 판결을 근거로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대응했다.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금감원은 약관을 토대로 일부 보험사에 과징금 등의 제재를 가했다. 그러자 보험사는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겠다면서도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청구권 소멸시효는 보험금 지급 발생 요인이 발생한 이후부터 2년이 지나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9월 대법원은 자살보험금 지급 의무는 있으나 소멸시효가 지난 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일부 보험사는 금융당국에서 초강력 징계를 예고함에 따라 관련 보험금을 모두 지급키로 결정했지만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빅3 생보사는 현재까지 지급하지 않은 상태다. 빅3 생보사는 내주에 금감원에 소명자료를 내고 보험금을 일부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M&A 통해 몸집불리기 시도

    금융투자업계는 활발한 인수·합병으로 업계 판도가 바뀌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통합으로 자기자본 6조에 달하는 미래에셋대우로 재탄생했다.

    또 지난 3월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하며 내년 1월 2일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통합한 ‘KB증권’이 새출발을 앞두고 있다.

    이 같이 증권사들의 인수·합병이 활발했던 이유는 지난해 말부터 업계 굵직한 매물들이 쏟아진데다 금융당국이 글로벌IB와 견줄 기업을 만들기 위해 ‘초대형 IB 육성방안’이 대형화를 유도한 영향이 있다.

    육성 방안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4조원 이상이면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조달과 법인 외국환 업무가 가능해진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일 경우 부동산담보신탁, 종합금융투자계좌(IMA)가 허용된다.

    이 때문에 M&A를 시도하지 않는 증권사 역시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는 등 몸집불리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형사 간 인수합병은 희망퇴직이란 부작용도 낳았다.

    통합을 앞두고 있는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희망퇴직에 나서 각각 170명, 52명을 내보낸다.

    NH투자증권도 2년 만에 지난 10월 희망퇴직을 실시, 154명의 직원을 보냈다.

    ◆시장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지각변동 ‘시동’

    ING생명, KDB생명 등이 시장 매물로 나오고 몇몇 생보사는 새 주인을 찾으면서 인수합병(M&A) 시장이 꿈틀거렸다.

    중국 안방보험에서는 지난해 동양생명을 인수한데 이어 올해 알리안츠생명을 약 35억원의 헐값을 주고 인수했다. 안방보험이 향후 알리안츠생명과 동양생명을 합병하면 총자산 42조8000억원의 업계 5위에 올라서게 된다.

    미래에셋생명은 올해 11월 변액보험에 강점을 둔 PCA생명을 1700억원에 인수했다. 두 차례 매각에 실패한 KDB생명(총자산 16조6천억원)도 시장 매물로 나왔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4년 KDB생명 매각 작업에 나섰다가 적절한 인수가를 제시한 인수희망자를 찾지 못해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매물로 나온 ING생명은 총자산 규모가 30조3000억원인 업계 5위사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매각가로 3조∼4조원 수준을 기대하고 있지만 매각가가 비싼 만큼 주인을 찾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우리은행 민영화 성공…과점주주체제 전환

    우리은행이 16년 만에 정부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금융당국은 우리은행 지분 일괄 매각 방식에서 벗어나 다수의 투자자에게 지분을 넘기는 과점주주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우리은행의 새로운 주인으로 투자자 7곳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중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IMM PE 등 5곳은 사외이사 추천권까지 얻으며 우리은행의 경영에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박상용 연세대 교수, 노성태 전 한화생명 경제연구원장, 톈즈핑 푸푸다오허 투자관리유한공사 부총경리,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사장 등이다.

    새로운 사외이사는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공식 임명되며 이후 차기 은행장 선임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진 차기 은행장이 누가 될지 미지수다. 이광구 은행장은 본인의 임기를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며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단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권 말 금융당국이 우리은행의 경영자율성을 보장하겠단 약속을 지킬 지도 처기 은행장 선임 여부에 따라 그 진정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