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코리아가 ‘비즈니스 허브’가 발표 두 달여가 되도록 기본 로드맵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또 동참 여부를 밝힌 미래창조과학부는 사업과 관련한 입장 표명을 꺼려 논란을 더하고 있다. 일부 벤처기업들은 페북과 정부가 언론 홍보 효과만 누리고 이른바 '먹튀'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비즈니스 허브는 페이스북 측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을 돕겠다”며 시작한 사회공헌 성격의 사업이다. 사업설명을 위해 지난해 11월 15일 댄 니어리 페이스북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급히 한국을 찾았다. 설명회 당시 니어리 부사장은 “비즈니스 허브는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시행된다”고 밝혔다. 상당수 언론이 이 소식을 앞다퉈 타전했다.
니어리 부사장은 “한국인의 일상은 언제나 스마트폰”이라며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지만 “기존의 마케팅 교육과 무엇이 다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해 빈축을 샀다.
질타가 이어지자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는 “비즈니스 허브가 광고와 교육 만을 위한 프로젝트는 아니다”라며 “페이스북의 여러 기능을 백분 활용해 기업의 확장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베일에 쌓인 시행 시기와 방안을 두고 페이스북의 폐쇄적인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조 대표는 “비즈니스 허브를 통해 페이스북 활용한 콘텐츠 제작을 조언할 것”이며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는 말로 진화에 나섰다.
시행 한 달여가 지난 12월 21일 페이스북코리아 측에 기본 로드맵이 마련됐는지 확인해봤다. 홍보총괄인 박모 씨는 본지에 “교육을 진행할 파트너사를 모집하고 있다”며 “방향이 정해지면 내년 1~2월경 기자 간담회를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발언만 본다면 최초 발표 당시 설명의 반복에 지나지 않았다. 재차 묻자 그는 “(기존 마케팅 교육)의 확장이다”고 말했다. 사실상 “진척된 사항이 없고 기존 활동의 연장선상에 불과하다”는 의미였다.
비즈니스 허브가 단지 페이스북이라는 한 외국계 기업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불과하다면 기업 내부의 의사 결정에 맡기는 게 합리적이다. 그러나 정부기관이 개입돼 있다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지난달 15일 미래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비즈니스 허브 개관은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에게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최재유 2차관의 말을 전했다. 당시 최 차관은 리퍼트 주미대사와 함께 페이스북코리아의 개관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미래부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페이스북은 가상현실(VR) 및 온라인 비즈니스와 관련하여 한국에 비즈니스 허브센터를 구축한다”는 내용을 보도자료에 적시했다. 미래부는 해당 사업에 상당히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비즈니스 허브와 관련, 미래부의 역할과 진척 상황 등을 물었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미래부 디지털콘텐츠과의 이모 사무관은 “(언론에) 직접적인 대응을 하지 말라”는 윗선의 지시를 받았다며 말을 아꼈다. 관련해 질의서를 보냈지만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알쏭달쏭한 태도는 페이스북코리아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 설명회 당시 페이스북코리아 측은 구체적인 시행시기를 두고 기자들과 한 차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니어리 부사장과 조 대표가 비즈니스 허브를 “당장(작년 11월 중순) 시행하겠다”고 한 것과 달리, 미래부가 설명회 당일 “내년 초에 사업을 시작한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해 혼선을 빚었던 것이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 사안을 페이스북코리아와 미래부는 쉬쉬하며 논란을 부추겼다.
현재까지 알려진 비즈니스 허브의 사업 내용은 중소기업과 개발자, 콘텐츠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한 페이스북 마케팅 및 고객 유치 등의 교육이 전부다. 이 자체로는 중소·벤처 기업을 위한 '특별한' 지원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현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비롯한 다수의 국내 창업 보육 센터에서도 이 같은 교육은 상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페이스북코리아의 수확은 상당하다. 회사는 국내외 언론 보도를 통해 자사의 이미지 제고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며 "미래부도 이를 결과적으로 도운 셈이 됐다"고 비판했다.
■ '페이스북 비즈니스 허브'란?
페이스북이 지난해 11월 15일 발표한 비즈니스 허브는 스타트업을 포함한 중소기업 생태계 활성화를 돕는다는 취지로 시작된 사업이다. 댄 니어리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국내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모바일 환경에 특화된 국내 시장을 페이스북이 수년간 주목해왔다"며 사업 추진 배경을 밝혔다.
비즈니스 허브는 페이스북코리아의 내부 및 외부 인력으로 구성된 '전문가팀' 주도하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국내 벤처 및 중소기업에게 페이스북 활용 교육 등을 서울 역삼동 소재 페이스북코리아 사옥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회사는 이를 위해 별도의 공간을 마련, VR기기 등의 장비를 갖춰놓은 상태다.
비즈니스 허브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점은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구체적인 시기나 지속성 여부 등 해당 사업의 기본적인 정보조차 페이스북 측은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단순 교육만으로 얼마만큼의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페이스북코리아가 언제까지 침묵으로 일관할 것인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