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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SK 최태원 회장의 사면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정황을 포착, 향후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태원 회장에게 주어졌던 '숙제'가 강압적인 재단 출연금 납부인지, 경제 살리기를 위한 투자 독려였는지 논란이 예상된다.
12일 박영수 특별수사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8월 10일 영등포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SK 최태원 회장과 김영태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부회장)이 면회를 하면서 나눈 녹취록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당시 녹취록에는 김 부회장이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우리 짐도 많아졌다.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여기서 '왕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귀국'은 '사면', '숙제'는 그에 따른 '대가'로 보고 있다.
왕 회장이라는 단어는 대화 흐름상 박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을 지칭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부회장은 은어를 통해 사면에 따른 대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최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숙제에 대한 해석도 논란거리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 납부인지, 경제 살리기를 위한 투자인지를 놓고 특검과 SK의 공방이 예상된다.
결국 면회한지 사흘 뒤인 8월 13일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최태원 회장이 포함돼 14일 자정에 출소했다. 공교롭게도 최 회장 출소 직후인 8월 17일, SK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46조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또 SK그룹은 그해 10월과 지난해 1월에 설립된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111억원을 냈다. 즉, 사면과 대규모 투자, 출연금 납부가 하나의 연장선 상에서 이뤄졌다.결정적인 것은 김 부회장이 최 회장을 면회하기 보름전쯤인 7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했다는 점이다. 이 자리에서 김 부회장은 박 대통령에게 최 회장의 사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박 대통령에게 사면을 요청했고, 박 대통령이 사면해줄테니 대신 그만큼의 숙제를 하라고 했다는 얘기다. '숙제'는 대규모 투자와 재단 출연으로 구현됐다.
향후 특검 수사는 숙제의 의미를 밝혀내는데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