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보복 점차 현실화… 신규면세점 어려움 예상
롯데·신세계·현대면세점, 운영능력 극대화해 위기 돌파
  • ▲ 지난 5일 재오픈한 롯데월드타워면세점에 관광객이 몰렸다. ⓒ공준표 기자
    ▲ 지난 5일 재오픈한 롯데월드타워면세점에 관광객이 몰렸다. ⓒ공준표 기자

    지난해 면세 특허권을 획득한 롯데, 신세계, 현대가 중국의 사드보복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만큼 어려움이 예상된다.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70%에 육박하는 만큼 중국의 '경제 보복'은 면세점 업계에 직격탄이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현대면세점 등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신규 점포는 단체 관광객이 매출에 80%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으로 비중이 높다. 그중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하기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 축소는 신규 점포에게는 치명적이다.

    롯데면세점 소공점의 경우 개인 고객과 단체의 비중이 6:4로 개인 고객이 더 많다. 지난해 오픈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8:2, HDC신라면세점은 7:3, 갤러리아면세점 7:3 등으로 단체 고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신규 오픈 점포에선 초반 매출 및 인지도 향상 등을 위해 중국인 등 단체 관광객 유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면세점과 비교해 신규 면세점은 아무래도 싼커(중국인 개별 관광객)보다 단체 관광객 유치가 절실한 만큼 고민이 클 것"이라며 "올해 역량의 차이가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롯데, 신세계, 현대는 운영능력을 극대화해 위기를 돌파한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낙관적인 전망은 아니지만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확률은 낮다고 분석했다.
    인지도가 높고 면세점 운영 노하우가 쌓인 만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당시에도 주변의 우려를 털어내고 매출 신장을 이끌었다. 롯데면세점의 2015년 전체 매출은 37억5000만 유로(약 4조6402억원)로 직전년도와 비교해 12.7% 신장했다.

    지난 5일 재오픈한 월드타워면세점도 확보된 인지도와 초고층 롯데월드타워가 1분기 오픈 예정인 만큼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면세점은 국적 다변화와 개별관광객 증대를 통해 중국인 단체관광객 감소를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에어아시아 그룹과 지난해 12월 MOU를 체결하는 등 중국 이외에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의 방한 관광객 유치 활성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신세계면세점 명동점뿐만 아니라 12월 오픈 예정인 신규점포도 중국인 관광객 축소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유일하게 아직 점포를 운영 중이지 않은 현대면세점은 오픈 시일까지 아직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만큼, 침착하게 지켜보면서 싼커에 집중할 예정이다.

    현대면세점은 코엑스 일대가 국내 첫 '옥외광고물 자유 표시구역' 대상 지역으로 선정딘 것을 무기로 미디어월을 설치하고 무역센터점 정문 앞 광장에 한류 스타를 테마로한 1000㎡(303평) 규모의 '강남돌 테마파크'를 조성해 싼커를 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 ▲ 사드 유도탄 발사모습. ⓒ록히드마틴
    ▲ 사드 유도탄 발사모습. ⓒ록히드마틴

    그럼에도 중국이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점은 불안요소다.

    지난해 8월 한국인 대상 상용비자 발급 절차 강화를 단행했던 중국은 11월 한국 드라마 방영 및 콘서트 제한, 연예인 광고 모델 규제 조치(限韓令, 한류금지령)를 본격화했다. 

    이후 롯데그룹의 중국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 및 소방점검, 12월에는 한국행 전세기 운항 불허, 1월에는 한국화장품에 대한 수입을 불허했다. 중국에서 수입 불허 결정을 내려 반품 조치된 화장품의 양은 약 11톤에 달한다.

    이번에 수입 불허된 화장품은 기존까지 문제없이 팔리던 제품이라는 점과 중국에서 인기가 높았던 상품들로 업계에서는 중국이 사드 보복 조치를 강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도 점차 줄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91만7519명을 기록했던 중국인 관광객 수는 8월 87만3771명, 9월 72만6266명, 10월 68만918명, 11월 51만6956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11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이 13.8% 증가한 반면, 중국인 관광객 증가는 1.8%에 그쳤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승은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설 연휴(27일~2월 2일) 중국인 관광객 송객을 위해 한국 국토교통부에 전세기 운항을 신청했던 중국 남방항공과 동방항공이 중국 국내 사정을 이유로 운항을 철회한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한국에 전세기 운항 불허 결정을 내린 중국 정부는 중국에서 동남아 지역으로 가는 전세기 개통은 허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지난 10월 단체 관광객 규제에 이어 전세기 운항 신청도 불허함에 따라 향후 추가적인 제제 조치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어둡게 전망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사드 보복을 점차 현실화·구체화하고 있다. 서울 시내 면세점이 기존 9곳에서 올해 12개로 늘면서 포화상태에 달한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 감소는 악재로 작용한다"며 "국가 간의 문제로 기업이 할 수 있는 일도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