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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명세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장이 다음달 3일 서둘러 퇴임식을 갖는다. 3월 개강 전에 원소속인 연세대 보건대학으로 돌아간다는 이유다.
하지만 아직 후임도 정해지지 않은 형편으로 소관부처인 복지부는 손 원장의 처신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심평원 내부에서도 핵심 임원인 기획상임이사 공백이 6개월이 넘는 형편에 원장 자리까지 비게 되자 술렁이고 있다.
통상 공기업 사장은 임기를 마치더라도 후임이 정해질 때 까지는 남아있는 것이 관례다.
이에 대해 평가원 관계자는 “교수 출신 원장들이 대학교 학기 시작 전에 복직을 신청했고 이번에도 그런 것으로 안다”며 “후임 원장이 정해질 때 까지 최명례 업무상임이사가 권한대행을 맡을 것으로 보여 업무 공백은 없을 것으로 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뜨악한 표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며 “(심평원에) 3일날 퇴임하는 것이 사실인지 확인해 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원장 퇴임 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다.
내막을 잘아는 관계자는 손 원장의 돌발행동은 심평원 설명과 달리 임원 선임이나 건보공단과의 업무 협조를 두고 번번이 보건복지부와 마찰을 빚은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심평원은 지난해 9월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기획상임이사와 업무상임이사를 새로 뽑을 예정이었지만 업무이사인 최명례 전 약제관리실장(내부승진)만 내부 승진으로 선임하는데 그쳤다.
보건복지부의 승인까지 받은 A 교수의 기획상임이사 보임에 대해 손 원장이 검증이 필요하다며 결정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왜 자기들이 임원을 추천해 통보한 뒤 승인을 받은 뒤에도 채용을 미루는 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복지부 낙하산도 아닌 관련 학과 교수 출신을 검증을 이유로 뽑지 않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황당해 했다.
손 원장은 재임기간 중 심평원은 건강보험의 일반 가입자인 국민과 똑같은 위치라고 주장해 공단과 자주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복지부는 일단 심평원 업무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후임 원장을 뽑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진행중인 후임 원장 공모에는 3명의 후보가 등록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건보공단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의료기관, 약국 등 요양기관이 환자 진료 뒤 청구하는 보험급여를 제대로 진료했는지를 심사 평가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