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현대, 설 선물 매출 외환위기 이후 첫 역신장… 롯데도 0.4% 신장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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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세일 기간 역신장을 기록했던 백화점 업계가 정유년 설 선물세트 매출 역시 역신장을 기록하면서 장기 침체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및 장기화된 경기 침체 등 대내외적인 요인과 맞물려 백화점 설 선물세트 매출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신장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설 선물세트 본 판매 기간인 12일부터 26일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3.8% 역신장을 기록했다.
특히 명절 대표 장르인 축산, 농산, 수산이 각각 -3.1%, -3.1%, -7.4% 역신장을 기록하면서 전체 설 선물 매출도 지난해와 비교해 주저 앉았다. 다만 5만원 이하 상품은 전년대비 115%가량 신장했고, 수입산 선물도 126%가량 신장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올해 27일까지 설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동기간 대비 -10.1% 역신장을 기록했다.
설 대표 상품인 정육 (-12.5%), 수산 (-11.5%), 청과 (-12.3%) 매출이 고꾸라지면서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홍삼(10.9%), 비타민 (4.4) 등 건강식품은 매출이 신장해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일하게 설 선물세트 매출 신장을 기록한 롯데백화점 역시 신장 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롯데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본 판매 기간인 2일부터 26일까지 매출은 전년 대비 0.4% 신장하는 데 그쳤다.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과 마찬가지로 축산 -3.9%, 청과 -7.8%, 굴비 -14.8% 역신장하면서 사실상 명절특수가 사라진 모습이다.
다만 건강 카데고리 (11.8%)와 가공식품 및 생필품 카테고리(20.9%)가 신장을 기록해 전체 매출 역신장은 모면했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얼어붙은 가운데, 김영란법 시행이 선물세트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남기대 롯데백화점 식품부문장 상무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처음 맞는 이번 설에는 명절 특수가 사라지면서 축산, 굴비 등 전통적으로 인기 있던 신선식품 선물세트의 수요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연말 세일 기간에도 백화점 매출이 역신장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1월 17일부터 12월 4일까지 진행된 겨울 정기세일에서 -0.7% 역신장을 기록했다. 2011년 이후 처음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직전년도와 비교해 -1.2% 역신장을 기록했다.
대구 신세계 등 대형 점포를 오픈한 신세계백화점은 유일하게 같은 기간 매출이 8.9% 신장한 모습을 보였다.
백화점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백화점 업계는 김영란법과 경기 침체로 지난해 연말 세일과 이번 설 선물세트 판매 매출이 떨어진 것은 맞지만, 장기적인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연말 세일 기간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의류가 지난해 이상 기온으로 판매가 부진했을 뿐, 1월 들어 다시 추워진 날씨 탓에 신년세일 기간 매출이 제자리를 찾았다는 것이 이유다.
롯데백화점은 신년 세일이 진행된 2일부터 22일까지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21.9% 신장했고, 신세계백화점도 같은 기간 36.6%, 현대백화점은 21.1% 신장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해외패션 25.1%, 모피 등 여성의류 24.3%, 아웃도어 25.1%, 장갑 목도리 등 시즌 잡화 23.1% 등이 추운 날씨의 영향으로 매출이 상승했다.
관련 업계 종사자는 "20년만에 백화점 설 선물세트 매출이 역신장을 기록한 것은 김영란법과 경기 침체의 요인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다만 백화점 신년 세일 기간 매출은 정상궤도에 올라 백화점 위기론을 논하기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아직 일본 백화점처럼 지속해서 내리막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올해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