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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분양가가 주변보다 10% 비싼 경우 분양보증을 거부하는 이른바 '10% 룰'을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HUG 이 같은 방침에 자칫 불똥이 튈까 건설업계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HUG는 서울 강남·서초뿐 아니라 시장 과열이 나타나는 지역에 분양가 적정성 검토에 착수한다.
HUG는 지난해 8월부터 고분양가 사업장 확산에 따른 보증리스크 관리를 위해 서울 강남·서초에 한정해 인근 분양가보다 110%를 초과하는 경우 분양보증을 불허하고 있다.
분양보증 거부는 분양가 상승에 따른 과열 양상을 막으려는 조치다. 고분양가 논란을 잠재워 시장 안정화 목적을 꾀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HUG는 서울 개포주공 3단지 분양가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조합이 주변 단지보다 과도하게 비싸게 분양가를 책정하자 분양보증을 거부한 것.
HUG는 기타 일부 지역에서도 고분양가 조짐이 나타나자 이를 수도권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강남생활권 입지로 주목받는 과천에서 분양가 상승기류가 나오면서 HUG는 칼을 뽑을 채비에 나섰다.
HUG 관계자는 "아직 시공사 선정 전이라서 해당 조합으로부터 보증심사가 들어온 것은 아니다"라며 "시장 과열에 따른 보증리스크가 필요하다면 과천 지역도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건설·GS건설·대우건설은 과천주공 1단지 재건축 수주를 위해 3.3㎡당 3300만원 이상으로 분양가를 책정하겠다는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는 지난해 공급된 단지 분양가보다 20% 이상 높은 수준이다.
현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솔직히 과천에서 3300만원(3.3㎡당)이라는 분양가는 들어볼 수 없는 가격"이라면서도 "조합 대다수가 과천을 떠나기 싫어하는 고소득자로 분양가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HUG가 10% 룰 확대 적용을 공개하면서 계산기 두드리기에 바쁜 모습이다. 자칫 준비하고 있는 사업지에도 불똥이 튈까 걱정하는 눈치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택지지구 사업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보증 불허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정부가 직접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은 심리적인 압박이 발생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특히 분양보증 불허가 전국으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재건축으로 주목받는 서울 강동·송파 물론 부산에서도 분양보증 거부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송파구의 경우 한강변 주변으로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고, 강동구 역시 지난해 고덕지구 첫 사업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분양가 인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HUG도 10% 룰을 특정지역에 한정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는 "부산에서 대형건설사 재건축·재개발 분양가는 주변 시세와 비교해 적정수준으로 등장했다"면서도 "지역건설사들은 다소 높은 분양가로 책정하고 있어 10% 룰 적용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사업 연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은 일반분양을 통해 조합 분담금을 낮추는 구조로 진행된다. 조합이 일반분양가를 높이지 못하면 그만큼 부담하는 금액이 커진다. 결국 조합 입장에선 정책 변화를 기다리며 사업 추진을 연기할 수 있다. 시공사로 참여한 건설사 입장에서도 한 해 주택사업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재건축)분양가는 건설사보다 조합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다"며 "사업이 빠르게 진행돼야 공사비 회수 등이 자연스럽게 맞물린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HUG 10% 룰 확대 검토가 시장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현재 부동산 분위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실장은 "분양가가 지속해서 오른다고 가정하면 정부 개입은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건설사가 시장 상황을 반영해 자율적으로 분양가를 조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도 "정부가 나서서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재 부정적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분양보증 심사는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