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재무 구조 악화에 알짜계열사 애경산업 매물로 외식경기 악화에 KFC코리아·노랑푸드 등도 매각 나서경기전망지수 2분기에도 나빠 … 유통가 한파 지속될 듯
  • ▲ 애경산업 사옥ⓒ애경산업
    ▲ 애경산업 사옥ⓒ애경산업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유통업계가 벼랑 끝에 서 있다. 티메프(티몬·위메프), 홈플러스, 발란 등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매장 철수, 인력 구조조정, 매각 등 생존을 위한 강도 높은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국발 고관세 정책으로 고환율과, 규제 강화 등 외부 변수는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유통업계는 급변하는 소비 지형과 대외 리스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전환의 시점을 맞고 있다. [편집자주]

    유통업계는 아직도 한겨울이다. 장기화되는 경기침체, 소비심리 위축, 고환율·고물가에 불안정한 정세까지 악재가 겹치며 벼랑끝까지 몰린 기업들이 속출 중이다. 매각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한 몸부림을 보이는 곳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재계 서열 62위인 애경그룹은 알짜 계열사인 애경산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지주사인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약 63%가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애경그룹은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재무 구조 악화를 겪어왔다. 지난해 말 기준 애경그룹의 총부채는 4조원, 부채 비율은 328.7%에 달했다. 지주사인 AK홀딩스는 자회사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코로나 기간 침체에 빠진 제주항공과 AK플라자 등 계열사에 자금 조달을 이어왔다. 

    지난해 말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는 그룹 위기를 가속화한 촉매제가 됐다. 현재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63.16%와 제주항공 지분 53.59% 대부분은 담보로 잡혀 있다. 

    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애경산업 매각을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 주관사는 삼정KPMG, 예상 매각가는 6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그룹 포트폴리오는 항공, 화학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 ▲ KFC코리아ⓒ연합뉴스
    ▲ KFC코리아ⓒ연합뉴스
    외식업계에서도 주요 브랜드들이 잇따라 매물로 등장 중이다. 브랜드 몸값은 높아졌지만, 불황에 따른 외식업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사모펀드들이 투자금 회수를 위한 발걸음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오케스트라프라이빗에쿼티는 최근 KFC코리아의 매각 절차를 본격화했다. 매각 주관사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하고 보유 중인 KFC코리아 지분 100%에 대한 매각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오케스트라프라이빗에쿼티는 지난 2023년 초 KG그룹으로부터 KFC코리아를 약 10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전사적 사업구조 개편을 통한 운영 효율화에 성공, 몸집 부풀리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KFC코리아는 역대급 실적을 냈다. 매출은 2923억원, 영업이익은 164억원에 달한다. 각각 전년 대비 18%, 469% 증가한 수치다. 

    2년만에 새 주인 찾기에 나선 KFC코리아의 매각 희망가는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 ▲ 노랑통닭 매장 전경ⓒ노랑푸드
    ▲ 노랑통닭 매장 전경ⓒ노랑푸드
    치킨 프랜차이즈 노랑통닭을 운영하는 노랑푸드도 매물로 나왔다. 코스톤아시아와 큐캐피탈은 지난해 말 삼정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올 초부터 노랑푸드 매각을 위한 투자레터와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하고 원매자 물색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대상은 노랑푸드 지분 100%와 자회사인 소스·파우더 생산업체 다미온푸드 지분 50%(의결권 기준)다. 희망 매각가는 약 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최근 자문사를 통해 더본코리아와 미팅을 진행했지만 거래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다만 다수 매물이 실제 매각으로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투자자들이 인수합병(M&A)에 쉽사리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존폐 기로에 놓인 기업도 다수다. 한국피자헛, 티몬과 위메프, 홈플러스, 발란 등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며 업계에 충격을 줬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는 75로 4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통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수가 100미만이면 다음 분기의 경기를 전 분기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음을 뜻한다.

    대한상의는 체감 경기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미국의 통상 정책 불확실성, 고물가, 경기 하방 우려, 정치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통기업들은 올해 경영 실적에 영향을 미칠 주 요인으로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64.0%), 국내 정치 불확실성(39.2%), 운영비용 부담 증가(36.8%) 등을 꼽았다.
     
    소비시장 회복 시점 전망도 어둡다. 응답 기업의 49.8%가 내년 이후에나 소비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2028년 이후를 전망한 기업도 16.0%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