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배출권 t당 2만1500원…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비싸이산화탄소 늘리고 거래소 살리는 정부 대책안에 업계 쓴소리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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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기환경 개선을 목표로 도입한 탄소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 2년만에 위기에 놓였다. 정부는 위기 극복을 위해 마련한 자구책마저 업계의 비판의 대상이 되며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2009년 도입 검토를 통해 2015년 본격 시행된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최근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배출권으로 인해 업계 볼멘소리의 대상이 되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 배출권시장에 거래되는 이산화탄소(CO2) 배출권 가격은 t당 21500원이다. 이는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 국가들의 평균 가격인 8000원 수준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국내 기업들이 정부의 할당 배출권을 간신히 지켜내고 있어 잉여 배출권이 부족한 상황이다. 거래소에서는 배출권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온실가스로 알려진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각 기업에 할당하고 할당된 양보다 적게 배출하면 '당근'을 초과하면 '채찍'을 주는 제도다.
기업은 정부가 만든 배출권 거래소를 통해 할당량에서 남은 탄소 배출권을 판매해 수익(당근)을 올릴 수도 있지만 할당량을 초과하면 벌금(채찍) 또는 거래소에 다른 회사가 판매한 탄소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기에 비용이 발생한다.
정부는 최근 지나치게 비싼 배출권 거래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 할당량을 각 기업별로 늘려 주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배출권을 더 많이 설정하면 잉여분이 더 많이 발생하게 될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거래소에 배출권 공급량을 늘려 가격 안정화에 일조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탄소 배출권 거래제의 정책 목표가 훼손되는 결정이라고 비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탄소를 줄이려는 정부가 오히려 기업들에게 할당량을 늘려주는 것은 당초 정책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거래소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 목표를 벗어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구윤모 부연구위원 역시 탄소 배출권 거래제가 시작하던 2015년에 '초기 거래소에서 공급량 부족에 따른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논한 바 있다.
당시 구 위원은 발간한 연구자료에서 "배출권 할당량 부족으로 거래 시장에서 거래가 원활하게 일어나지 않을 수 있지만 할당량을 늘리는 것은 이산화탄소 감축이라는 배출권 거래제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기재하고 있다.
한편,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기업은 석탄(coal)과 메탄(methane) 등 탄화수소를 연소해 전력을 생산하는 전력회사들이다. 이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국내 이산화탄소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또 전력 생산의 70%가 탄화수소에 의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