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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사실상 2금융권에 대한 가계대출 총량제를 실시하기로 하면서 업계가 혼란에 휩싸였다.
늘어나고 있는 가계대출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을 두고 금융당국과 업계의 입장이 이견이 있는데다 철저한 대출 관리로 옥죄기를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 금융당국, 주단위 점검·대출 관리 계획 받아
11일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금융당국에 주단위로 대출 실적을 점검받고 월·분기(3개월) 단위로 대출 관리 계획을 제출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관련 관계부처 회의'에서 상호금융권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한 자릿수 이내로 관리하기로 했다.
2금융권의 건전성 강화 방안을 선제적으로 도입키로 하고 당장 이달부터 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을 적용했다.
또 금리가 20% 이상인 고위험 대출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을 당초 계획보다 6개월 당겨 오는 6월부터 시행키로 하는 등 대출에 고삐를 죄었다.이처럼 2금융권 대출 규제 강화에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1년이 52주인데 전체 업계 대출 증가폭을 한자릿수로 하려면 단순 계산했을 때 주당 0.2%포인트 상승해야 한다는 얘기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이미 대출이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모든 저축은행이 그 숫자를 기계적으로 맞출수는 없어도 월 단위 또는 분기 말마다 증가폭을 조정하기 위해 대출을 조절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금융당국이 대출 현황을 조사할 때 이미 일부 저축은행들의 대출 규모가 전년동기를 크게 웃돌았다"며 "연말까지 대출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증가폭이 크다면 심사 강화 등으로 조절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가계대출 옥죄면서 정책금융상품 공급↑…업계 "정확한 지침 달라"
이같이 금융당국이 2금융권의 가계대출을 조이기에 나서는 가운데 다른 한 편에서는 정책금융 상품 공급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의 건전성 강화 방안과 함께 햇살론·사잇돌대출 등 정책금융상품의 공급 기준을 완화하고 공급규모도 확대하면서 문턱을 낮춰줬기 때문이다.
사잇돌2대출의 공급 규모를 기존 50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늘리고, 오는 6월 13일부터는 신협·농협·수협·새마을금고 등에서도 사잇돌대출을 취급해 2000억원까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햇살론도 2조5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공급규모를 늘리고 수혜 대상의 연소득요건을 기존보다 500만원 상향한 3500만원 이하로 확대 조정했다.
금융당국의 조치는 2금융권의 대출 리스크 강화로 서민들의 금융 애로를 줄이기 위해 진입장벽을 낮춰준다는 명분이었다.
저축은행 등 2금융이 취급하는 정책금융 상품은 햇살론과 사잇돌대출 2종뿐인데, 2금융권 입장에서는 전체 대출은 옥죄면서 정책금융상품 대출 통로를 넓혀주겠다는 것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전체 가계 대출은 조절하는데 정책 금융 상품 공급은 확대한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구체적으로 가계대출에 사잇돌2대출 등 정책금융상품을 포함시킬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서 답답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전체 대출을 조정하라는 지침은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여기에 정책금융상품 등의 포함 여부 등 자세한 지침이 내려온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정책금융 상품 공급 규모는 미미하다며 이는 가계부채 관리와는 따로 떼어 감안하겠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책금융상품의 공급 규모는 전체 가계대출의 1%도 안되는 규모"라며 "정책금융상품 공급 규모는 각 사의 대출 계획 제출시 별도로 감안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