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차입금 등 해결과제 많아, 매각무산 노릴 듯가처분 소송, 지속적인 압박 수단 활용
-
-
-
-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을 일단 포기했다. 당장 가처분 소송 같은 법적 대응에 나서지는 않지만, 불공정 매각 절차가 지속될 경우 소송이 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겨 산업은행을 지속 압박하고 있다. 매각 지연 또는 무산을 통해 향후 재매각 기회를 엿보겠다는 전략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8일 박삼구 회장의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삼구 회장이 지속해서 언급했던 소송도 이번에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권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산업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에게만 컨소시엄을 허용한 것은 부당하고 불공정하다. 이러한 부당하고 불공정한 매각 절차에는 더 이상 참여하지 않고, 우선매수권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호타이어 매각을 공정하게 재입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공식입장을 전했다.
앞서 금호아시아나는 산업은행에 공정한 매각 진행과 함께 컨소시엄을 허용해 달라는 요청을 지속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박삼구 회장은 이달 17일까지 컨소시엄 허용 여부 및 더블스타와 체결한 매매조건 내용이 담긴 확약서 등을 공개하지 않으면 우선매수권을 포기한다는 강수를 뒀다. 이 같은 압박에도 산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결국 박삼구 회장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선택했다. 일단 우선매수권을 포기한 뒤 아직 남아있는 상표권과 차입금 문제를 지켜보고 소송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
현재 가장 유력한 것은 상표권 사용 불허를 통해 매각을 지연시켜 무산시킨 뒤 향후 재매각을 이끌어 내겠다는 방안이다.
산업은행과 더블스타는 오는 20일 금호타이어 매각 관련 재협상에 들어간다. 이번 재협상 과정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금호 상표권, 차입금 연장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일단 현 상황에서는 박삼구 회장 측이 유리하다. 금호타이어 인수 전제조건인 '상표권'과 '차입금 연장' 등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1조원에 달하는 금호타이어 인수가격에는 금호 상표권 사용에 대한 비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금호' 상표권을 갖고 있는 금호산업이 더블스타에게 이를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는 6월 만기를 앞둔 1조6000억원의 차입금 연장 여부 역시 채권단 내에서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를 되찾아 그룹 재건을 위한 퍼즐을 완성하려는 박삼구 회장 측이 더블스타에게 상표권을 허용할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며 "만기 차입금 연장 역시 채권단 내에서 의견이 분분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당장 소송을 하지 않지만 여지를 남겨 압박용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지금 당장 소송 진행은 안 한다"라며 "상표권 문제와 차입금 상환 문제 등이 남아있는데 지속적인 불공정 매각 과정이 진행될 경우에는 소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