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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빙그레가 제 2의 '바나나맛 우유' 찾기에 전력을 쏟고 있다. 전체 매출의 20% 비중을 차지하는 '바나나맛 우유'에 이어 새로운 '캐시카우'(Cash Cow, 수익창출원)가 될 수 있는 신사업으로 시야를 넓혀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올해 세제·화장품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화장품과 카페, 소프트 아이스크림 전문점 등으로 사업 카테고리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대표 제품인 유음료와 아이스크림, 스낵제품에 집중해 오던 것에서 발을 넓혀 올 들어 국내 식음료 업계 중 가장 활발한 사업 다각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주력 브랜드 '바나나맛 우유'의 매출 의존도를 분산시키는 동시에 '바나나맛 우유' 브랜드를 다른 사업으로 확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빙그레가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옐로우 카페'이다.
지난해 3월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에 문을 연 빙그레 '옐로우 카페'는 입점한 14개 카페 중 매출 1위를 기록하고 MD 상품인 '뚱바 키링'을 사기 위해 수백여명이 매일 줄을 서는 등 소위 '대박'을 치며 사업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빙그레는 예상치 못한 뜨거운 반응에 기뻐하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옐로우 카페' 오픈 직후 빙그레 본사 측으로 가맹 사업 문의가 쏟아지고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대할 수 있는 충분한 상황이 됐지만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지 않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
당시 빙그레는 1년여 간 옐로우 카페 운영 상황을 지켜본 뒤 프랜차이즈 사업을 검토한다는 입장이었다. 빙그레는 지난 1년 간 '옐로우 카페'가 충분한 사업성을 인정받았다는 판단에 오는 20일 제주 중문단지에 2호점을 오픈한다.
'옐로우 카페' 1호점이 워낙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후속 점포 선정에 고민이 많았지만 빙그레는 화제성과 접근성을 최우선 요소로 보고 제주도에 2호점을 내기로 결정했다. 인위적으로 밀집된 상권보다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소비자들이 '바나나맛 우유'에 대해 여유있게 체험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는 판단에서다.
빙그레 관계자는 "아직까지 옐로우 카페를 프랜차이즈 사업화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며 "일단 1,2호점을 잘 운영하고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빙그레는 카페 운영이나 프랜차이즈 사업 경험이 없어 '옐로우카페' 오픈 초기부터 현재까지 현대시티아울렛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백화점으로부터 사업 컨설팅을 받고 있다. 향후 가맹 사업을 진행하게 될 경우 현대백화점이 큰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빙그레는 지난해 말 CJ올리브영과 협업해 '바나나맛 우유' 화장품을 선보였다. 출시 초반 명동과 강남 등 주요 관광상권 위주의 60개 매장에서 6개월간 한정적으로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출시 2개월만에 매출 10억원을 돌파하고 완판 행렬이 이어지면서 전국 매장으로 판매처를 확대했다.
빙그레는 올 초 세제, 화장품 제조 및 판매업, 포장재, 포장용기 제조 및 판매업, 음식점업 및 급식업, 식품산업용 기계 임대 및 판매업, 무형재산권의 임대 및 판매업, 브랜드 상표권 등의 지적 재산권의 관리 및 라이선스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올리브영과의 협업을 통해 사업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향후 빙그레가 자체적으로 세제나 화장품 제조 쪽으로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상표권 등의 지적 재산권의 관리 및 라이선스업을 추가하면서 대표 브랜드인'바나나맛 우유'의 캐릭터 사업 및 라이선스 사업을 추진할 전망이다. -
이와 함께 빙그레는 B2B 프리미엄 소프트 아이스크림 '소프트랩' 사업에도 진출했다. '소프트랩'은 유제품 사업과 빙과 사업 부문을 겸하고 있는 빙그레가 현재까지 쌓아온 노하우를 집약해 야심차게 꺼내든 신사업 카드다.
'소프트랩'은 개인 커피숍 및 브랜드 커피숍 내 숍인숍 형태로 입점하며 빙그레가 소프트 아이스크림 원재료를 납품하는 방식이다. 현재 여러 매장과 입점협상을 진행 중이며 서울·경기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시장 확대도 가시화되고 있다. 빙그레는 지난해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신규 해외법인인 'BC F&B USA'를 설립했다. 현재는 미국 현지에서 메로나 등 일부 빙과류를 생산할 수 있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와의 계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빙그레 해외 수출 규모는 약 100억원으로 이중 메로나 같은 빙과류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박영준 빙그레 대표이사는 올 초 경영 중점 사항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 기존 사업의 역량 강화를 통한 매출, 수익의 지속 성장, 해외 사업 활성화'를 내세웠다.
박 대표는 "냉동, 냉장 사업을 기반으로 유망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 육성하고 경영환경을 고려해 신규 사업에 따르는 위험을 최소화 하면서 사업 적합성이 검증되면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식음료 업계는 올해 빙그레의 도전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식음료 업계는 수년째 정체기를 겪으면서 빙그레 뿐만 아니라 많은 업체들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고민하고 있다"며 "화장품이나 카페 사업 등 빙그레의 새로운 시도를 관심있게 지켜보면서도 한편으론 반짝 인기로 끝나지 않을지 우려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나나맛 우유라는 대표 브랜드가 있다는 것은 빙그레에게 엄청난 무기지만 역으로 바나나맛 우유가 휘청이면 회사 전체에 타격도 엄청날 것"이라며 "그런 위험 요소를 신사업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조심스럽게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빙그레는 매년 안정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을 내는 식음료 업계 알짜 기업으로 꼽힌다.
대표 브랜드인 '바나나맛 우유' 외에도 '요플레', '투게더', '메로나', '꽃게랑' 등 다양한 인기 식음료 상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이 출시 30년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독보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갖추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빙그레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8131억원, 영업이익은 17.4% 증가한 31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 식음료 업계에 분 '바나나 열풍'이 '바나나맛 우유'와 시너지를 내면서 수익성 제고에 기여했다.
'바나나맛 우유'는 지난해 연매출 195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5%의 매출 신장을 이뤘다. 이는 사상 최대 연간 매출로, 지난 1974년 출시된 장수 브랜드가 매출 신장 두자릿수를 넘긴 것은 업계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빙그레의 어떤 신사업이 제 2의 '바나나맛 우유'로 자리잡게 될 지 올해 성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