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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접대 논란 등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들에 대한 로비 시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의료기관 진료비 심사와 제약사 의약품 등재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다 보니 의약계로부터 전방위 로비 대상이 되고 있다. -
◆ 로비, 또 로비…끊임없는 유혹
준정부기관인 심평원은 비교적 꼼꼼한 감독 체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늘 빈틈은 있기 마련이고 전현직 직원을 매개로 한 로비시도가 잇띠르다 보니 연례행사처럼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근 심평원은 실장급 고위간부가 한 병원으로부터 골프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곤혹스러운 입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제보로 접수돼 '청탁성 부적절한 만남'이었다는 통보까지 받은 터라 달리 할말도 없는 실정이다.
이와 비슷한 골프 추문은 지난해에도 있었고 그 전에도 심심찮게 발생했다.
공교로운 것은 지난해와 이번에 불거진 골프접대 논란은 모두 같은 병원이란 사실이고 매개 역할을 한 이들이 심평원 전문위원이나 자문위원 등을 지낸 유관 인사라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한 대학병원이 수십억원대의 과징금 부과 가능성이 커지자 심평원 최고위층에게까지 접근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심평원 로비 논란은 제약 파트도 마찬가지다. 의약품 보험등재 진입 통로인 약제급여평가위원들이 자주 비리 사건에 연루되기도 한다.
연초 부산지검은 심평원 위원 출신 인사들이 급여등재 과정에서 대형 제약사로부터 각종 편의와 함께 뒷돈을 받은 사실을 적발했다.
외국계 회사 조차 로비에 나서는 지경이다. 지난 2015년에는 외국계 제약사들이 평가위원들에게 문자 로비를 시도한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다.
◆ 조직 폐쇄성 벗고 재발방지책 서둘러야
심평원을 상대로 한 로비시도는 기관의 고유한 업무 특성에서 비롯되고 있다.
심평원은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진료비에 대한 심사를 하고, 의약품의 보험등재와 약가를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정작 진료를 해놓고도 돈을 못받을 수 있는 '삭감'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제약사 입장에서는 수익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심평원을 절대 갑으로 여긴다.
이와 함께 심평원 조직의 폐쇄성도 로비시도에 일조한다는 지적이 있다.
심평원의 전체 직원은 지난해 기준 2485명. 이 중 70%가 여성이며 상당수가 간호사 등 전문직 출신이다.
병의원과 제약사들은 전문성 높은 정보에 대한 니즈가 높은 편이지만 심평원은 조직 구성원 특성상 분위기가 경직되고 폐쇄적이어서 접근이 쉽지 않다.
대한의사협회 한 관계자는 "심평원 이해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전문적 자문을 할 채널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면서 "그러다보니 개인적인 접근이나 음성적인 만남이 생기고 결국 그게 '로비'의 유혹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기관의 구조적 잘못이기보다 개인의 도덕성 문제에서 비롯되지만 결국 기관의 공정성 훼손은 피하기 어려운 만큼 조직차원에서 심평원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잊을만 하면 심심치않게 발생하는 추문에 심평원도 난감한 모습이다. 매번 내부 교육을 강화하고 이중 삼중의 관리감독체계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지만 한꺼번에 도로에 그치기 일쑤다.
심평원은 현재 내부직원 청렴도 교육을 연간 50여 차례 진행하고, 청렴소식지까지 배포하고 있지만 업무 전문성 강화를 위해 구성한 외부 전문위원들에 대한 관리가 쉽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전직인 경우 더욱 그러하다. 연이어 발생한 추문의 상당수는 전직 OB들을 통해 발생됐다.
지난 2월 새로 부임한 조재국 심평원 상임감사는 "위원 임명 시 범죄사실을 기재하도록 하는 등 청렴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전직 직원이나 위원 관리가 쉽지 않은게 현실"이라며 "심정적으로는 개인적인 손편지라도 보내 주의를 당부하고 싶지만 아무런 관련이 없는 분들에게 도리어 불쾌감을 주게 될까봐 주저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조 감사는 "내부 감사실 차원에서 예방책을 마련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겠다"고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