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례 폭발사고 등 '안전관리 미흡'‥"정부, 작업중단 명령"독성 잔류 등 안전 취약 'EO' 탱크로리 유통 등 위험성 '부각'
  • ▲ 대한유화 온산공장 전경.ⓒ대한유화
    ▲ 대한유화 온산공장 전경.ⓒ대한유화


    대한유화가 정기보수 과정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로 인해 당초 계획했던 에틸렌(ethylene) 증설은 물론 업계가 예상하던 2분기 호실적마저 보장하기 힘들게 됐다.

    8일 업계는 정기보수 과정에서 안전관리 미흡으로 세 차례 폭발사고를 일으킨 대한유화에 대해 정부 제재가 가해지면서 증설을 정기보수 기간에 완료하려던 기존 계획이 연기될 수 밖에 없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대한유화는 지난달 27일 정기보수를 진행하던 중 일어난 세 차례 폭발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작업 중단 명령을 받았다.

    지난달 15일에 시작해 5월말까지 예정돼 있던 대한유화의 정기보수가 폭발사고의 원인 파악 및 예방 조치 강화 등의 이유로 중단돼 6월 공장 재가동 목표가 물거품이 된 셈이다.

    대한유화는 이번 정기보수 과정에서 에틸렌 생산규모를 33만t 증설할 예정이었다. 

    에틸렌을 비롯한 석유화학제품의 시황 호조에 힘입어 올 1분기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1078억원을 기록하는 등 
    증설에 대한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었으며, 선제적 투자로 평가 받아왔다.

    이를 기반으로 증권업계에서는
    증설이 완료되는 2분기 역시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 놨으며,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등도 에틸렌 증설 계획을 세운 상태다.

    대한유화의 에틸렌 증설 목표는 병산되는 각종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생산량 증대도 의미한다. 에틸렌과 병산되는 프로필렌(propylene)과 BTX(benzene·toluene·xylene) 등의 기초유분과 함께PP(polypropylene), HDPE(high density polyethylene), EO(ethylene oxide), EG(ethylene glycol) 등 다운스트림 제품 생산량도 모두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기보수 과정에서 폭발사고를 일으키는 등 안전에 대한 대비가 철저하지 못한 대한유화가 증설에만 적극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유화가 취급하는 각종 석유화학제품 중 가장 위험한 것으로 알려진 EO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탱크로리(tank lorry)를 사용하는 등 '도로 위의 폭탄'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EO는 아크릴로니트릴(acrylonitrile)과 EG의 원료로 각종 석유화학제품의 중간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합성고무, 합성섬유, 각종 합성수지 등이 EO 없이는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하지만 상온에서 강력한 폭발성을 갖고 있는 만큼 육상 운송수단인 탱크로리를 통한 유통은 위험성이 크다. 실제 지난 2015년 한 중소기업이 탱크로리에서 저장지설로 저장하는 과정에서 EO 일부가 유출되면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작업자 3명이 다친 적도 있다.

    하지만 대한유화는 EO를 생산하는 회사 중 유일하게 탱크로리 유통만을 고수하고 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등도 생산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소비하거나 이웃 기업들과 파이프라인으로만 공급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EO는 굉장히 위험한 물질인 만큼, 외부 공급은 파이프라인을 통해서만 이뤄지고 있으며, 한화토탈은 이미 10년 전부터, LG화학도 2014년부터 탱크로리를 통한 육상 공급은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온에서의 강력한 폭발성과 독성 잔류 등 고도의 위험물질로, 국내 생산기업들이 잇따라 탱크로리를 통한 육상 공급을 중단하고 나섰지만, 대한유화가 이를 시장 확대로 활용하는 등 대기업 보다 안전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돈벌이에만 급급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유화는 에틸렌 47만t, 프로필렌 35만t, 벤젠 11만t, 톨루엔 5만5천t, 자일렌 3만5천t, HDPE 53만t, EO/EG 20만t, PP 47만t 등 다양한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