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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의학원이 드디어 만성적자 꼬리표를 뗐다. 수년째 이어온 수백억대 적자에서, 흑자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모습이다.
11일 <뉴데일리경제>가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손익계산서를 분석한 결과 원자력의학원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02억 흑자를 시현했다.
의학원 측은 규모도 규모지만 연이은 적자행보를 벗어났다는 데 고무된 모습이다.
지난 1963년 방사선의학연구소로 문을 연 원자력의학원은 2007년 독립법인으로 출범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양적 팽창을 이뤄왔다.
하지만 경영 지표 면에서는 최근 5, 6년간 역주행을 해 왔다. 2000년 국립암센터가 생긴 이래 서울시내 대형 의료기관들의 잇따라 암센터를 건립하면서 적자의 늪에 빠졌다.
2009년 11억4,300만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2010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10년 15억1,800만원, 2011년 95억원, 2012년 86억원의 적자를 거듭했으며 2013년에는 그 규모가 136억원까지 불었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경영개선 압박도 시작됐다. -
경영악화 책임으로 물러난 직전 원장 후임으로 지난해 초 부딤한 최창운 원장은 만성적자 탈피를 제1 과제로 삼았다.
의학원에서만 20여년 넘게 근무해 내부 사정에 밝은 최 원장은 기관 효율과 실용성을 강조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기관 지출대비 의료수익이 10% 부족해 발생한 누적적자를 내부 직원들의 업무 효율화를 통해 타개하자는 의미로 '10% 캠페인'을 벌였다. 중장기적 대책으로는 연구역량 강화를 통한 성과 창출 방안을 내놓았다.
성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최 원장 취임 첫해부터 적자 폭이 줄어들기 시작해 드디어 작년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과제는 남아 있다. 원자력의학원의 의료수익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 장례식장과 주차장 등 부대사업을 제외한 순수 진료 수익은 지난 5년간 100억원 정도만 느는데 그쳤다. -
경영지표 개선이 단기적인 '허리띠 졸라매기' 방식이었다는 점에서도 고유 진료 수익의 반전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국립암센터와 대학병원으로의 환자 유출 타격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020년 경기 북부에 들어설 대규모 을지대병원도 잠재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원자력병원은 전국구 암센터 포지셔닝을 원하지만 기관을 찾는 암환자의 80%가 서울북부, 경기동북부 지역민이며 다른 지역은 나머지 20%에 그친다.
원자력의학원도 이를 뼈아프게 생각하며, 최근의 성과에 대해 조심스러운 평가를 내리고 있다.
최창운 원장은 "의료진과 직원, 보직자의 뼈를 깎는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성과"라면서 "여전히 의료수익이 부진한 만큼 작년 성과만으로 상황이 좋아졌다고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작년뿐 아니라 올해와 내년, 계속적인 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져야 하는 큰 과제가 있다"며 "의료수익 증대에도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