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유상증자 관련, ATM 사양 산업임에도 계열사 부당 지원 주장변호인, 어려운 경영사정 인정하나 인터넷전문은행 통해 회생기회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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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10차 공판에서 롯데피에스넷 ATM사업의 당위성과 이를 둘러싼 유상증자 과정의 부당함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4부(부장판사 김상동)은 15일 신동빈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10차 공판을 진행했다.

     

    당초 이날은 이번 사건의 핵심증인인 네오아이씨피 전 대표 김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김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네번째 불출석이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오는 17일 공판에 재구인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검찰 측은 지금까지 진행된 진술조서와 관련 서류를 바탕으로 자본잠식 상태인 롯데피에스넷이 사업에 실패할 것이라는 것을 롯데그룹이 알면서도 고의로 계열사를 동원해 유상증자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신주 유상증자가 비정상적인 거래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유상증자에 대해 계열사 간 계획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측은 "롯데피에스넷의 ATM 사업모델은 유통점포에 입출금을 포함한 다수의 은행과 멀티제휴를 통해 소비자들이 손쉽게 금융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롯데피에스넷의 입금기능은 다수의 은행과 제휴를 맺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고, 실제 기대효과는 출금거래건수에 따른 은행의 금융수수료 취득에 있었다는 설명이다.


    검찰에 따르면 롯데피에스넷이 ATM 사업을 시작할 은행들은 멀티제휴보다는 자사브랜드가 노출되기를 바랐고, 2012년 들어 계열사 부당지원 사건과 기술탈취 문제 등으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사실상 은행 업무제휴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영업악화와 적자상태에 돌입했다.


    검찰 측은 "계속되는 적자 상황에서 롯데피에스넷은 이를 탈피할 방법으로 유상증자를 선택했고, 코리아세븐을 비롯한 롯데 계열사들이 롯데피에스넷의 경영계획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검토도 없이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비정상적인 판단으로 계열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것.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코리아세븐은 주주가 아닌 상태에서 이미 5000대에 가까운 ATM을 편의점에 설치한 상태였다"면서 "이 상태에서 매년 1000~1500대씩 추가 설치가 이뤄져야 하는데 영업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CD기를 설치하려면 이전 5000대를 폐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편의점주 입장에서는 입출금이 가능한 ATM을 선호했고, 당시 타 편의점과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에 코리아세븐 경영진도 ATM기 폐기를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 측은 또 "검찰 측에서는 수수료 이익 3억1000만원을 위해 200억을 유상증자해 투자한 것이냐고 묻는데, 반대로 6억원 벌자고 ATM 5000대를 폐기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롯데피에스넷의 회생가능성에 대해 변호인 측은 "검찰은 롯데가 인터넷전문은행사업 추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롯데피에스넷 입장에서 보면 롯데가 인터넷전문은행사업을 시작하면 ATM 공급처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이용건수나 기업경영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순히 수익이 얼마가 나온다 안나온다 하는 사안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목표로 했고, 이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1000억원 이상의 돈이 투입된 ATM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희박하게 보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측은 "롯데가 인터넷전문은행을 한다고 해도 롯데피에스넷은 ATM 제공 뿐 아니라 독자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모델이 있어야 한다"면서 "모바일·인터넷뱅킹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 고려하면 밴사업 시장의 성장 감소세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내 밴 사업 관계자는 "CD·ATM 사업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흐름은 동의한다"면서도 "은행 창구업무가 줄어들면서 ATM기가 늘어났고, 다시 모바일, 인터넷뱅킹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ATM 설치 규모가 줄어든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당장 사양 산업으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모바일, 인터넷 뱅킹만으로는 제한되는 서비스가 있고, 이를 대신할 수 있는 게 ATM이다. 일례로 업계·학자들은 30년 전에 종이신문이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지금도 신문은 발행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