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로켓배송 제품 → 배송대행업체 통한 전달 방식으로 변경 논의 중 직배송 위탁배송으로 변경 시 최대 75% 비용 절감
  • 로캣배송을 하는 쿠팡차량. ⓒ진범용 기자
    ▲ 로캣배송을 하는 쿠팡차량. ⓒ진범용 기자


    쿠팡이 최근 파업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쿠팡맨(직배송 택배기사)을 대신해 무거운 물건 등을 위탁 배송 체제로 바꾸는 것을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로켓배송(직배송)서비스 축소로 이어질 수 있어 서비스질 저하는 물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부피가 크고 무거운 상품을 직배송 대신 외부배송업체에 위탁하기로 했다. 특히 7월부터 생수 상품이 직배송에서 위탁 방식의 배송으로 변경된다.

    이는 쿠팡이 기존 소셜커머스 탈퇴를 선언하면서 로켓배송(직배송) 강화를 약속한 것과 정반대의 행보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쿠팡이 쿠팡맨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수정하면서 고의적으로 인건비를 삭감했다는 부정적 인식까지 퍼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쿠팡은 직배송·직매입을 통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인건비가 너무 크게 드는 단점이 있다"며 "2년 연속 5000억원의 적자를 본 쿠팡이 결국 직배송 축소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팡은 201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5617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2년 누적 손실만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쿠팡에 보유한 현금이 3600억원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한면, 현재 위기상황에 봉착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쿠팡이 인건비 축소를 위해 쿠팡맨에 대한 투자를 점차 줄여나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 측은 현재 약 3600여명의 쿠팡맨이 근무하고 있으며, 연봉은 3200만~3800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봉은 모두 동일하다.

    쿠팡맨에 지급되는 인건비는 년간 최소 1152억원에서 1368억원 수준으로 영업 손실에 5분의 1 규모다.

    쿠팡맨의 배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위탁배송을 늘리겠다는 쿠팡 측의 설명도 석연치 않다. 

    쿠팡맨의 복지를 고려한다면, 인력을 당초 목표대로 늘리고 정규직 채용 규모를 확대하면 된다. 그러나 쿠팡이 내세운 위탁배송 증대는 직배송 자체를 줄이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당초 2017년까지 쿠팡맨을 1만5000명까지 확대하고 이 중 60%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쿠팡맨은 3600여명 수준으로 정규직은 30%에 불과하다. 

    직배송을 줄이고 위탁배송을 늘리면 비용절감 효과도 크다.

    업계에 따르면 위탁배송의 경우 고정 지출 비용이 아닌 건당으로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직배송보다 저렴한 가격에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쿠팡의 배송원가는 건당 6000원 내외로 추산했다. 반면 택배업체를 이용할 경우 건당 배송비는 1500~2000원 수준으로 원가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 쿠팡 CI. ⓒ쿠팡
    ▲ 쿠팡 CI. ⓒ쿠팡

    무엇보다 고객 서비스 질 저하가 우려된다.

    쿠팡이 직배송 상품을 줄이게 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익일배송으로 받을 수 있는 상품 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음날 바로 받아볼 수 있었던 무거운 물건 등이 위탁배송으로 바뀌면 받는 시일이 최소 하루 이상 길어진다.

    온라인 마켓에서 구매한 상품을 빠르게 받을 수 있었던 쿠팡 로켓배송의 이점이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쿠팡맨의 권익을 위해서 일거리를 줄인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당초 예정대로 로켓배송을 강화하려면 쿠팡맨의 채용을 늘리면 된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직배송을 줄이고 위탁배송을 늘리겠다는 건 사실상 직배송을 축소하기 위한 사전 준비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쿠팡 측은 로켓배송 축소는 없다고 일축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맨들의 업무 효율화를 위해 위탁배송에 대해 내부 회의가 있었다는 것은 맞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물품을 위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현장에서 일하는 쿠팡맨들의 목소리를 경청한 결과 이같은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도 쿠팡맨 인력을 보강하는 등 로켓배송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로켓배송이 축소가 되는 것이 아니고 취급하는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위탁배송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