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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자산운용이 업계 최초로 미국 캐피탈그룹의 인출식 연금펀드인 ‘삼성 한국형RIF(Retirement Income Fund)’ 시리즈를 도입, 은퇴시장 저변 넓히기에 나섰다.
삼성자산운용은 3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삼성 한국형RIF에 대한 소개를 진행했다.
삼성 한국형RIF는 매월 필요한 연금 소득을 지급하면서도 일정 기간 투자 후 ‘은퇴잔존자산(Ending Wealth, 은퇴 후 생활을 영위하고도 남은 자산)’을 확보해 장수 및 물가상승까지 대비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해당 상품은 크게 안정형인 ‘한국형 RIF’와 중립형인 ‘한국형 RIF 플러스’ 두 가지로 나뉜다. 또 각각 상품은 월지급식과 거치식으로 나뉘어 총 4가지 옵션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안정형 월지급식 펀드는 첫해 연 2.5% 내외를 지급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캐피탈 그룹 펀드 중 채권형 80%, 혼합형 20%에 투자한다. 중립형 플러스 월지급식 펀드는 연 3.5% 지급을 기본으로 캐피탈 그룹 펀드 채권형 60%, 혼합형 30%, 주식형 10%에 투자한다.
예를 들어 RIF 안정형에 월지급식으로 3억원 가입했을 때 월 62만5000원~110만원(첫해 2.5%, 매년 물가상승분만큼 추가 지급)을 25년간 받은 후 은퇴잔존자산이 1억5000만원(원금의 50%) 이상 남을 확률이 99%에 달한다.
거치식은 투자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정기환매를 하는 방식으로 개인 선호에 따라 본인의 재무상태, 생활방식을 고려해 월인출액 약정을 맺으면 된다.
이 펀드의 핵심 타깃 고객층은 개인형 퇴직연금(IRP,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가입 고객이다.
미국에서도 지난 2015년 출시돼 아직 2년밖에 되지 않은 신규 상품을 국내에 선보인 이유는 16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가 본격화된 뒤 IRP 규모가 크게 증가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김정훈 연금사업본부장은 “1% 안팎에 불과한 낮은 수익률 때문에 IRP 계좌 중 약 90%는 일시불로 인출되고 있다”며 “기존 금융상품에 비해 은퇴잔존자산을 늘리고 정기적 현금흐름을 창출하며 변동성을 관리하는 동시에 편리한 유동성을 가진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은퇴 이전 시기인 적립기에는 꾸준한 현금 유입으로 투자에 실패해도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하나 은퇴 이후인 인출기에는 초기 투자에 실패할 경우 자금 고갈 위험성이 높다는 것. 이에 RIF의 변동성 관리가 은퇴 후 자산관리에 특화됐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글로벌 시장에 분산 투자해 리스크 요인을 낮춘 것도 특징이다.
삼성자산운용에 따르면 한국형RIF는 전세계 70개국 650여개의 주식 및 채권 자산에 분산 투자한다. 특히 연금자산이라는 특성에 맞게 글로벌 채권, 고배당주를 중심으로 한 보수적 자산배분전략으로 운용된다.
이는 특정 자산에 집중돼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 취약했던 기존 월지급식 펀드와도 구분되는 부분이다.
미국 은퇴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가진 한국 고객들의 성향에 맞춰 미국 현지 상품에 비해 주식투자 비중을 상대적으로 낮추고 안정적인 채권 투자비중을 높였다.
미국에서는 상품에 따라 주식 비중이 70%까지도 차지하지만 한국형의 경우 안정형 RIF는 전체적으로 볼 때 주식투자 비중이 14% 정도며 중립형인 플러스 RIF도 약 30%만을 주식에 투자한다.
스티브 왓슨 캐피탈그룹 중국 총괄 회장은 “RIF 자금을 운용하며 시장 여건이 바뀔 때마다 과거 하위 펀드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를 기반으로 과학적인 계량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종목 선정에도 우수한 기업을 직접 탐방해 엄선하며 여러 하위 펀드를 관리·결합하고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변동성을 어떻게 상쇄할지 연구한다. 또 상품 출시 후에도 꾸준히 모니터링해 다른 펀드와의 결합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등을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은퇴자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은퇴자들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잔존자산을 남기고 싶어하는 고민이 있다”며 “그 어떤 타사의 연금상품과도 다르게 투자기간의 연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장수와 물가상승을 모두 대비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RIF 상품은 삼성자산운용이 지난해 은퇴대비용으로 선보인 TDF(타깃 데이트 펀드, Target Date Fund)에 이어 두 번째 은퇴시장 공략이라 더욱 주목을 받는다.
RIF와 마찬가지로 캐피탈그룹과 협력 도입한 삼성자산운용의 TDF는 출시 1년여 만에 수탁액이 1300억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TDF가 은퇴 시기를 예상해서 미리 노후자금을 적립하는 상품이라면 RIF는 은퇴를 앞뒀거나 은퇴한 고객이 자신의 은퇴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설계하는 상품이다.
양정원 상무는 “새로운 연금 상품을 한국에 정착시킨다는 의도로 다소 생소하지만 ‘RIF’라는 이름을 정했다”며 “자식이 부모를 위해서 가입할 수도 있으며 정기적으로 인출을 필요로 하는 상품으로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