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시장, 낮은 수익률에 금융권 가중금리 부담까지대림산업 회사채 발행, 불쏘시개 될까
-
-
-
-
▲ 서울시내 한 금융기관의 대출창구. 기사와는 무관. 뉴데일리경제 DB
건설사들이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등 간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녹록치 않자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실시하고 있지만, 평균 가중금리가 높아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만간 발행되는 대림산업 회사채 흥행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 수익성과 성장률이 개선되고 있지만,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의 자금조달 여건은 어려워지고 있다.
일단 주식시장 경우 건설업종 시가총액과 비중은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건설업종 시총은 2009년 30조원에 달했지만, 2016년 22조원으로 감소했다.
상장 건설기업 주식 수익률은 시장지수 수익률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 수익률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코스피시장에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건설업종 수익률은 -0.13%로 △제조(0.98%) △서비스(0.86%) 보다 현저히 낮은 상태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주식시장에서 건설주들은 주가지수 하락과 낮은 수익률, 배당성향 등이 모두 어려운 자금조달 여건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지혜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최근 건설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개선되고 건설 수주액도 높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주식시장에서의 어려운 자금조달 여건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채권시장 상황 역시 마찬가지. 채권시장 발행 잔액은 2010년 366조원에서 2016년 528조원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건설업 채권 발행 잔액은 14조원에서 7조6000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부동산 과잉공급 우려와 건설정책 변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경기 악화 우려가 더해지면서 건설 회사채시장이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채권시장에서 자금조달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신용등급의 경우 다른 산업과 큰 차이가 없지만, 채권발행 위험 프리미엄에 해당하는 스프레드가 높은 수준이다.
이지혜 부연구위원은 "다른 산업에 비해 높은 건설업 채권 수익률과 스프레드는 채권시장에서 건설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타 산업에 비해 어려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간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되면서 건설사들이 금융사를 찾아가고 있지만,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기관 차입에 수반되는 모든 산업군의 평균 가중금리는 2009년 6%에서 2015년 3.55%로 절반가량 낮아졌다. 그만큼 국내기업들이 간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이 좋아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건설업의 경우 5.96%에서 4.22%로 줄어드는데 그쳤다. 건설업 대출금 규모도 2008년 70조원에서 2016년 25조원으로 줄어들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건설업은 수주산업이다보니 경기에 민감해 금융사들이 다른 산업들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며 "기준금리가 인상시기로 돌입할 경우 금융사를 통한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도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건설업계에서는 이달 대림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를 주시하고 있다. 이번 회사채는 올 들어 국내 대형건설사가 처음으로 발행하는 것으로, 이번 회사채 발행이 다른 대형사들의 회사채시장 '복귀'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림산업은 오는 2일 최대 2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채권 만기는 3년 수준에서 검토하고 있다. 최근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수요예측에서도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시장에서는 일단 대림산업의 최근 실적 개선세를 감안하면 무난하게 투자자를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 1분기 매출 2조3135억원, 영업이익 761억원의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각각 29%, 19% 증가한 수준이다.
대형사들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채권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림산업을 포함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모두 1조27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2294억원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났다.
국내 주택부문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었고, 해외사업 부실도 상당 부분 털어내고 수익성을 개선시킨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다만 건설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확실히 회복되려면 장기간 공모 회사채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다른 대형사들도 돌아와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GS건설은 4년째 회사채 발행이 없고, 포스코건설과 대우건설도 회사채 시장을 떠난 지 3년이나 됐다.
IB(투자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실적 개선세를 고려하면 다른 대형사들도 회사채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GS건설이나 포스코건설이 회사채 시장에 돌아오면 장기간 가라앉았던 투자심리가 확실히 살아났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