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용역 중간결과… 경제성 0.8 이상, 균형발전 참작 기대제주 "제2공항 우선"… 환경단체 반대·천문학적 사업비 걸림돌
  • ▲ 폭설에 발 묶인 제주공항.ⓒ연합뉴스
    ▲ 폭설에 발 묶인 제주공항.ⓒ연합뉴스

    해묵은 논쟁인 목포~제주 해저터널 건설사업이 새 정부 들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해저터널 건설 신봉자인 이낙연 전 전남도지사가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가 되면서 사업추진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음 주에 나올 예정인 전남도의 사업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가 2011년 정부가 시행했던 것보다 높게 나올 것으로 전망돼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될지 관심을 끈다.

    ◇B/C 0.8 이상 예상… 지역균형발전 참작이 관건

    2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목포~제주 해저터널 건설사업에 관한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 중간 결과보고서가 오는 10일 이전에 나올 예정이다.

    지난 3월 전남도청에서 열린 중간보고회에서 고승영 서울대 교수는 "국토부가 2011년 시행한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보다 경제성이 높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목포~제주 해저터널 건설사업에 관한 논의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준영 전남지사와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해저터널을 국책사업에 포함해달라고 제안했다.

    이 사업은 서울과 제주를 고속철도로 연결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목포~해남 66㎞ 구간에 지상으로 고속철도를 신설하고, 해남~보길도 28㎞ 구간에 교량, 보길도~제주 73㎞ 구간에 해저터널을 뚫자는 구상이다.

    총연장 167㎞에 이르는 고속철도를 건설하는 데 16년이 걸리고, 총 16조8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사업이 완료되면 고속철로 서울에서 제주까지 2시간28분이면 갈 수 있다.

    2011년 당시 국토해양부가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한 타당성 조사에서는 비용대비 편익비율(B/C)이 0.5~0.78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B/C는 1.0보다 커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에서 B/C가 1.0을 넘어야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어 사업에 탄력이 붙는다.

    국토부는 당시 고속철도 설계속도에 따라 B/C가 차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해저터널 구간이 연약지반이어서 설계속도를 시속 300㎞ 이상으로 잡으면 지반을 더 단단히 다져야 하므로 비용이 늘어 0.5대의 낮은 B/C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해저 구간의 설계속도를 시속 200㎞로 내리면 이동 소요시간은 늘어나지만, B/C는 다소 올라 최고 0.78을 보였다.

    전남도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 중간 결과보고서에서 B/C는 0.8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기준치인 1.0을 밑돌지만, 전남도는 B/C에 정책성과 지역균형발전 등을 추가로 반영한 계층화 분석(AHP) 값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AHP 값은 기준치인 0.5보다 높게 나와야 사업성을 인정받는다. B/C가 오르면 AHP 값도 오른다. 무엇보다 평가 기준에 지역균형발전 등의 요소가 포함된다.

    전남도는 그동안 해저터널 사업이 제주를 찾는 관광객을 전남권으로 유인할 수 있어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전략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토목건축사업을 통해 침체한 국내 건설경기를 활성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였다.

    국비 지원 사업 중 B/C가 1.0 미만으로 나왔지만, AHP 값이 0.5를 넘겨 예타를 통과한 사례가 없지는 않다. 다만 이런 경우도 대부분 B/C가 0.9 이상은 나와야 한다.

    전남도 관계자는 "섬 지역 등은 여건이 열악한 만큼 B/C에서 0.8 이상이 나오면 약간 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귀띔했다.

    국토부 한 관계자도 "과거 AHP 값이 0.5를 넘긴 예타 통과 사례 중 최저 B/C는 0.78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명문화된 기준은 없지만, (암묵적으로) B/C가 최소 0.8은 넘겨야 AHP 값을 따져볼 만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남도는 이번 연구용역에서 히든카드도 준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예타 지침에 따른 경제성 조사뿐만 아니라 국토부의 교통시설 투자평가지침에 맞춰 타당성 조사에 준하는 연구용역 결과를 함께 내놓을 예정이다. 타당성 조사는 예타 통과 이후에 진행하는 사업부처의 본조사에 해당한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므로 국토부가 시행하는 타당성 조사와 결과가 같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국토부 평가지침을 따른 만큼 나온 결과가 허무맹랑하지는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전남도 관계자는 "교통시설 투자평가지침을 따르면 B/C가 꽤 높게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전남도가 굳이 2가지 지침에 따라 경제성을 조사한 것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논리를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 ▲ 이낙연 총리(오른쪽)와 원희룡 제주지사.ⓒ연합뉴스·뉴데일리 공준표
    ▲ 이낙연 총리(오른쪽)와 원희룡 제주지사.ⓒ연합뉴스·뉴데일리 공준표

    ◇이낙연 총리 변수로 급부상… 원희룡 제주지사는 '반대'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연구용역의 결과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는 태도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연구용역은 B/C 분석이 발주기관 입맛에 맞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지자체의 염원이 반영된 결과물인 만큼 비용산출의 적절성 등을 분석·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올 전남도의 연구용역 결과는 국토부에 무언의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시기적으로 이낙연 전남지사가 새 정부의 초대 총리가 되면서 정부 차원에서 해저터널 사업을 들여다볼 개연성이 생겼다.

    전남도가 서울대를 통해 내놓을 사업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는 이 총리가 주무 부처인 국토부에 사업 필요성 검토를 주문할 최소한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이 총리는 목포~제주 해저터널 건설사업의 신봉자다. 전남지사 시절인 2014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해저터널 건설을 공개적으로 제안했었다.

    올해 대통령선거에서도 각 정당에 해저터널을 통한 서울~제주 고속철도 건설사업을 후보자의 주요 공약으로 채택해달라고 요구했다.

    전남도의 궁극적인 목표는 해저터널 건설사업 추진이다. 그 첫 단추는 2026년 이후 국가철도망 투자계획을 담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서울~제주 고속철 건설사업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 전 지사의 총리행은 전남도의 핵심사업인 목포~제주 해저터널 건설 사업에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청와대나 총리실에서 지시가 있으면) 사업 추진 여부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호남고속철, 제주지역 기상 이변과 관광객 증가 등 여건이 달라진 측면은 있다"면서 "시간, 비용 등 여러 가치를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목포~제주 해저터널 건설사업이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한다.

    막대한 사업비와 환경단체의 반대 등이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특히 제주지역의 반대 여론이 난제로 꼽힌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목포~제주 해저터널 사업 검토는 시기상조라는 태도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이 최우선 과제라는 견해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는) 원 지사가 앞서 밝힌 반대 입장에서 변한 게 없다"며 "지난 3월 국회에서 일부 호남지역 의원이 해저터널 건설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냈다가 도내 국회의원의 반대로 제외됐다. (전남도가)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지역 정서 악화의 우려마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