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공방 속 금융위 관계자 증인신문"경영권 강화 주장 사실과 달라…보험계열사 '충당자본금' 대비 위한 조치"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7일 서울중앙지법 502호 소법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공판은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관련 의혹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증인으로 출석한 김 모 금융위 사무관을 중심으로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특검은 삼성이 중간금융지주회사법 입법을 추진시키기 위해 금융위에 로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또 삼성이 금융위의 반대 입장을 꺾기 위해 청와대에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거로 금융위가 청와대(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보고한 문서와 안종범 수첩 등을 앞세웠다.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은 지난해 1월 13일 삼성이 금융위에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방안 검토를 의뢰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삼성은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전환을 위한 준비를 꾸준히 진행했다. 이를 위해 다른 금융계열사 지분도 꾸준히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에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45%를 넘겨 받았고, 삼성중공업의 지분도 꾸준히 매입해 29.92%로 높였다. 금융지주사 요건인 30%를 맞추기 위해 삼성화재 지분 매입 계획도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이승재 미래전략실 전무를 통해 손병두 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에게 전환 검토를 요청했다. 계획안에는 삼성생명을 투자부문(지주회사)과 사업부문으로 나눠 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내용과 구체적인 계획안이 포함됐다. 

    계획안을 받은 금융위는 검토에 들어갔다. 1차 검토는 금융제도팀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김 사무관이 진행했다. 금융위는 '김 사무관→김 모 금융제도팀장(과장)→손병두 금융정책국장→정은보 부위원장'의 절차를 거쳤고 반대 의견을 도출했다.

    금융위는 삼성생명 보험계약자들이 챙겨야 할 몫이 제대로 반영돼있지 않았고, 삼성전자 지분 매각과 유배당 계약자에 대한 매각 차익 배당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삼성생명이 5년간 진행한 자사주 매입이 주주가치 제고 보다는 오너일가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계획이라 분석했다. 금융위는 이같은 입장을 2월 15일 삼성에 구두로 통보하고 청와대에도 함께 보고했다. 하지만 삼성은 수차례에 걸쳐 재검토를 요청했고, 금융위는 한 달 뒤인 3월 13일 내부 회의를 거쳐 반대를 확정했다.

    일주일이 지난 3월 20일 금융위는 '삼성생명 금융지주 전환 추진 관련 현황 및 전망'이라는 이름의 문건을 청와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보고했다. 다음 날에는 삼성에 통보했다. 삼성은 이후에도 지주사 전환 계획을 고수했지만, 4월 11일 금융지주 전환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금융지주사 전환 검토는 마무리됐다.

    특검은 인가권이 있는 금융위를 상대로 보인 삼성의 태도가 이례적이라고 판단했다. 배경에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김 사무관의 진술도 힘을 실었다. 그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에 대해 "오너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우선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변호인단은 강하게 반발했다.

    금융지주사 전환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 목적이 아닌 사업 목적 때문이라 주장했다.

    특히 대주주 특수관계인 의결권 기준을 들어 "삼성생명에 대한 52%의 의결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비중을 높이기 위해 지주사로 전환하려 했다는 주장은 상식에서 벗어난다"며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 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다.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특검의 주장과 반대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삼성생명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로 전환하면 삼성전자의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데 이는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약화하는 계기가 된다는 주장이다.

    변호인단은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 했던 이유는 보험계열사의 충당자본금 부담이 20조원 이상으로 늘어나는 데 대비하기 위함"이라며 "금융지주사법의 해석에 따라 금융위와 다른 해석도 가능했기 때문에 금융위에 검토를 의뢰한 것"이라 말했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합의가 있었다는 주장에는 "독대 다음날 금융위는 승인 불가 방침을 삼성에 통보했다"며 "합의가 있었다면 금융위의 태도에 변화가 있었어야 하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삼성의 부정한 청탁의 결과로 금융위가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주장은 "억측에 불과하다"며 "추가 투입자본 없이 지배력이 강화됐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공판은 양측의 치열한 공방으로 밤 늦은 시간까지 진행됐지만 혐의를 입증할 증거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금융위 실무자들의 자체 판단으로 금융지주사 전환이 무산됐을 뿐, 공소사실인 삼성의 부정한 청탁과 청와대의 개입은 없었다는 결론이 도출된 셈이다.

    8일 열리는 25차 공판 역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관련 증인신문이 진행될 계획이다. 양측은 금융제도팀장으로 일한 김 모 과장과 해당 안건을 보고 받은 최 모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실 행정관을 상대로 청와대 개입 여부를 집중 확인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