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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이 금호 상표권을 조건부로 허용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압박에 표면적으로 투항하는 모양새지만, 높은 사용요율을 제시해 자존심을 지켰다. 아울러 더블스타가 해당 조건으로 산은과 합의할 가능성이 낮아 금호타이어 매각 무산이라는 큰 그림을 위한 박삼구 회장의 노림수가 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9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이날 오전 긴급이사회를 열고 금호타이어 인수예정 업체인 중국의 더블스타에게 금호 상표권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단 사용기간 20년, 사용요율 0.5%, 해지불가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결국 상표권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높은 사용요율 때문에 산은과 더블스타의 합의가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더블스타는 금호 상표권 사용 5+15년에 사용요율 연간 매출액 기준 0.2% 등의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반발한 박삼구 회장 측이 상표권 불허 입장을 내놓자, 산업은행은 최근 상표권 관련 협조 공문을 보내 5+15년 사용과 매출액 대비 0.2% 고정 사용요율, 독점적 사용, 더블스타 일장적 해지 가능 등의 조건을 보냈다.특히 오늘(9일)까지 회신하지 않을 경우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 박탈 등을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이 같은 압박에도 금호산업 측은 산은이 제시한 조건보다 높은 조건으로 허용 방침을 결정했다. 더블스타 측이 기존 계약보다 높아진 조건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매각 무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더블스타 측이 채권단에게 금호타이어 구조적 문제 및 실적 악화 등이 지속될 경우 거래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금호타이어는 국내 타이어 3개사 중 유일하게 역성장을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금호타이어는 매출액 6693억원, 영업손실 282억원으로 부진했다. 특히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중국 내 매출이 급감하면서 중국 법인 5곳에서 총 245억원의 적자를 낸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 내에서는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금호타이어의 실적이 역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당초 산은과 계약한 조건보다 상향된 조건을 더블스타 측이 수용할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