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서 현금 3조원 이전 비논리적"변호인단 " 생명 직접 조달시 6조원…금융지주사 전환시 20조 가능"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특검과 삼성측 변호인단이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따른 보험계열사의 충당자본금 부담을 놓고 맞붙었다. 특검은 IFRS4 2단계 도입 때문에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에서 현금 3조원을 금융지주사로 이전하겠다는 설명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반면 삼성은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자본확충은 관계 없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금융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자본조달이 훨씬 유리하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의 심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26차 공판이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에는 손병두 금융위 상임위원(당시 금융정책국장)과 박진해 금융감독원 보험리스크제도실 팀장(당시 보험감독국 소속 건전경영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오전 공판에 출석한 손 상임위원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에 금융위가 반대한 이유와 삼성과 청와대에 결과를 전달한 시점과 배경 등을 진술했다.

    특검은 손 상임위원을 상대로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지만 삼성의 부정한 청탁과 청와대의 지시 및 압력이 있었다는 증언은 나오지 않은채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오후 공판은 삼성이 금융지주사 전환 배경이라 주장하는 IFRS4 2단계 도입에 따른 보험계열사의 충당자본금 부담에 대한 신문이 이뤄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박진해 금감원 팀장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IFRS4 2단계 도입 업무를 총괄했다. 

    IFRS4 2단계는 보험업에 적용하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으로 'IFRS17'로 불린다. 기존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보험금(보험 부채)을 계약 당시 원가 기준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새로운 기준이 적용될 경우 매 결산기의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시가(공정가치)가 반영된다.

    보험회사들은 하락한 금리 차이가 부채도 그대로 반영되는 만큼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부채로 분류되던 '장래이익'이 자본으로 인정되면서 보험사들의 부담은 완화된 상태다. IFRS4 2단계는 2018년 도입된 뒤 유예기간을 거쳐 2021년 공식 적용된다.

    삼성은 금융지주사 전환의 중요한 이유로 '20조원 이상으로 늘어나는 충당자본금에 대한 대비'를 꼽고 있다. 지급여력비율(RBC)을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20조원 이상의 자본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현행법상 보험사 형태로는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해 자본조달이 힘들다고 판단했다. 다만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자본조달이 보다 용이해지는 장점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검은 삼성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20조원의 자금을 충당해야할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현금 3조원을 이전해야하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해 분리될 경우 자본금은 22조원에서 15조원으로 줄고, 지급여력비율은 350%에서 270%로 축소된다.

    변호인단은 특검의 주장은 IFRS4 2단계 도입 초기에 해당하는 주장으로, 장래이익이 자본으로 인정된 11월 개정안을 대입하면 상황은 달라진다고 반박했다.

    또 삼성생명이 자금을 직접 조달할 경우 자본의 50%인 6조원을 조달할 수 있는데 반해, 금융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자본의 200%인 20조원까지 조달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보험업법을 적용하면 '(자본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1/2'이 허용되지만 금융지주사법은 '(금융사지분+생명자사주+현금)×2'까지 가능하다.

    여기에 삼성생명의 경우 타보험사와 비교해 막대한 충당자본금이 필요하고, 충당자본금이 필요한 다른 회사의 경우 법적으로 금융지주사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3월 열린 삼성생명 이사회에 해당 방안이 상정되지 않았고, 갑작스럽게 전환을 보류한 이유에 대해서는 "사외이사가 절반 가까이 있는 상황에서 비밀유지의 문제가 있었다"며 "총선을 며칠 앞두고 금융지주사 전환을 보류한 것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금융지주사를 통하지 않아도 충당자본금 조달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