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증인신문' 공방…'정당성-투명성' 강조"공정위 반대의견 바뀐적 없어…삼성 청탁 및 靑 개입 없어"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공판이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공판에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검토를 요청받은 당사자인 손병두 금융위 상임위원(당시 금융정책국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손 상임위원은 지난해 1월 13일 이승재 미래전략실 전무에게 전환 검토를 요청받았고, 이후 실무자인 김 모 금융제도팀장에게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특검은 손 상임위원과 이 전무가 서울대 1년 선후배 사이이자 행정고시 동기이며, 과거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점을 앞세웠다. 삼성이 친분관계를 활용해 금융위에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이다.

    증인신문은 금융위 실무자들이 출석한 지난 두 차례의 공판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삼성이 금융위에 금융지주사 전환을 검토한 시점과 계기, 금융위의 검토 배경과 결론, 청와대에 대한 보고 경위, 삼성과 청와대의 부정한 청탁 및 개입 여부 등이 확인됐다.

    특히 금융위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에 반대 결론을 내리고 삼성과 청와대에 이같은 내용을 전달한 시점과 배경을 집중 추궁했다. 여기에 비공식으로 진행됐던 검토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상황과 삼성의 대응에 대한 신문에 집중했다.

    손 상임위원은 "지주법 해석에 따라 삼성전자 주식 5.2조원(금산법 이행 권고시 최대 7조원)을 매각해야하는데 매각을 2년내 하느냐 삼성이 요구하는대로 5년 이상으로 진행되느냐가 쟁점이었다"며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보류한 것도 지분을 단기간 매각할 방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와 삼성은 전자 주식 매각과 관련해 이견을 보였다. 법 해석에 따라 다양한 쟁점이 발생할 수 있고 세간의 관심도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 봐주기식 해석'을 우려한 금융위는 이같은 내용과 함께 유배당계약자에 대한 배당, 금융지주사에 대한 삼성생명의 현금 3조원 이전 등을 들어 금융지주사 전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금융지주사 전환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금융위 자체 보고서 내용에는 "시민단체나 언론 등에서 해석하는 일반적인 다수의 시각에 기초해 기록한 것일뿐 절대적인 판단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이 지주사 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한 배경에 이 부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에는 "윗 분들의 추진의지가 강하다는 말이 있어 스스로 이해한대로 작성한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지시라는 말은 없었다"고 한 발 물러섰다.

    갑작스러운 언론보도로 난처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보안을 전제로 검토가 의뢰됐는데 갑자기 보도가 나와 경위를 두고 이 전무와 통화한 바 있다"며 "이전에 청와대에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은 상태라 행정관의 질의를 받아 당황한 상태였다.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난감한 상태에서 삼성이 직접 청와대(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설명하겠다고 이야기했었다"고 말했다.

    특검이 금융위가 보고하지 않고 삼성이 직접 보고한 이유에 의문을 표하자 그는 "삼성 입장에서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관여하려 했던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진술했다.

    변호인단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손 상임위원의 증언대로 금융위의 반대의견은 한 차례도 바뀌지 않았고, 삼성이 부정한 청탁을 하거나 청와대가 압력을 가했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의 정당성과 투명성도 강조했다. 금융위가 금융지주사 전환 활성화를 추진했고, 세계적으로도 금융사를 활용한 기업들이 다수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더불어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금융감독 측면에서도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은 장려된다고 주장했다.

    삼성이 금감원이 아닌 금융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경위도 확인됐다. 손 상임위원은 "상장회사로 검토사실이 알려질 경우 시장 충격을 피할 수 없어 비밀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사전협의를 위해서는 금감원보다 금융위에 사전 검토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삼성이 금융위를 놔두고 청와대에 직접 보고했다는 진술에는 금융위의 결과를 토대로 상급기관인 청와대에 보고하려고 했는데, 갑작스럽게 언론에 보도되면서 청와대에 설명하겠다는 뉘앙스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청탁과 청와대의 지시 및 압력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변호인단은 "삼성이 총선 이틀 전에 금융지주사 추진을 보류한 것은 특검의 주장대로 총선 결과를 지켜보기 위함이 아닌 막대한 주식을 2년안에 처분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금융위 보고서에 나오는 '이재용 부회장의 강한 의지'라는 표현도 증인이 추측으로 작성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항변했다.

    한편 오후 공판에는 박진해 금융감독원 보험리스크제도실 팀장(당시 보험감독국 소속 건전경영팀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되고 있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박 팀장을 상대로 유배당계약자에 대한 배당과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3조원 현금 이전과 관련된 사안을 확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