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사실 무관...진술조서 되풀이 수준""부정한 청탁 찾아볼 수 없어…맹탕 공판 비판도"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재판장님. 제가 사무총장으로 있을 때 삼성 분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습니다"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27차 공판이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510호 소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에는 이용우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 조성민 전 더블루케이 대표,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특검은 이들을 상대로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배경과 대가성 여부  ▲재단 출연금과 관련된 전경련의 역할 ▲재단 출연 과정에서 청와대의 개입 등을 확인했다. 삼성이 전경련에 지원한 자금이 극우·보수 성향 단체에 지원됐다는 주장이 나와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자리에서 부정한 청탁을 했고, 그에 대한 대가로 청와대가 다양한 특혜를 제공했다'는 공소사실과 무관한 신문이 진행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특검이 기초를 다지는 사실관계 확인에서 벗어나 구색맞추기식 증인신문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6차례 특검 조사를 받은 이 전 상무에 대한 증인신문은 1시간 만에 종료됐다.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을 제외하면 특검의 신문은 30분 만에 종료된 셈이다.

    이마저도 진술조서에서 나온 질문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는 특검의 질문에 '그런 것 같다', '맞다' 등 주로 단답형으로 대답했다고, 길게 대답한 답변도 '대체적으로 수용하는 분위기였다,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지시 받기는 했다' 정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특검은 "독대 때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라며 "결국 청와대와 삼성 간의 부정한 관계가 있었다는게 입증됐다"고 자평했다. 객관적 증거가 아닌 정황과 전언을 앞세워 혐의가 입증됐다고 주장한 셈이다.

    오후에 진행된 조성민 전 더블루케이 대표와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에 대한 증인신문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들에 대한 신문 역시 2시간을 넘지 않았고 질문 대부분도 진술조서와 흡사했다.

    특검은 조 전 대표가 최씨의 실소유 회사인 더블루케이에서 초대 대표직을 맡았던 점을 들어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의 경제적 공동체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애썼다. '박근혜→삼성→최순실→정유라'로 연결되는 뇌물고리를 밝혀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특검은 최 씨가 더블루케이와 K스포츠재단을 운영하던 당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만나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용역을 도왔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피고인들이 다투는 공소사실과 무관하다는게 변호인단의 입장이다. 최 씨가 대외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더러, 삼성을 포함한 포스코, KT, GLK 등이 최 씨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증인의 입을 통해 GLK가 경제적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삼성의 재단출연 당위성이 입증됐다.

    특검은 최 씨의 면접을 통해 K스포츠재단에 입사한 정 전 사무총장을 상대로  업무 과정에서 안 전 수석과도 수시로 연락한 경위와 배경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했지만 청와대의 재단 출연 지시 및 삼성과 청와대의 대가성 관계 여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삼성이 재단 설립에 관여하지 않았고, 최 씨에 끌려다녔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특검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아울러 삼성이 최 씨와 정유라의 존재를 독대 전에 알아 청와대에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공소사실을 유추할 수 있는 증언이 나오지 않아 공판은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한편 특검이 공소사실을 알 수 없는 인물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면서 증인이 신문에 반기를 드는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됐다. 

    정 전 사무총장은 특검의 신문이 끝나고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이 진행되려는 찰라에 특검의 신문의 적절성을 문제삼았고 재판부는 '알고있다'고 동의했다.

    변호인단 역시 '특검이 공소사실과 관련없는 질문을 하고 있다'고 수 차례 이의를 제기해 재판부의 제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은 삼성의 재단출연에 대해 대가성을 주장하는데 오늘 증인신문을 통해 타기업과 마찬가지로 진행됐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삼성의 재단출연이 뇌물이 된다는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