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혼영·혼행 뜨고 초코파이·아이스크림도 낱개 판매편의점에 부는 1코노미 바람, 소량제품과 간편식 인기 ↑
  • 이제는 무엇이든 혼자 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 바야흐로 '1코노미' 시대의 도래. 1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인 '1코노미'는 혼자만의 소비생활을 즐기는 사람을 의미한다. 혼자서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여행을 즐기는 '1코노미'족이 탄탄한 소비층으로 자리잡으면서 유통업계에도 '1코노미' 바람이 불고 있다. '혼자라서 더 좋은' 1코노미를 겨냥한 新 유통 풍속도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 ▲ 관련 사진. ⓒ그랜드 힐튼 서울
    ▲ 관련 사진. ⓒ그랜드 힐튼 서울


◇ 호캉스·혼영·혼행… "혼자여도 외롭지 않아요"

호텔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호캉스, 혼자 영화를 보는 혼영, 혼자 여행을 가는 혼행 등 '1코노미' 트렌드는 호텔과 레저 시장에도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호텔들은 '1인용 패키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
한 번 뿐인 인생(You Only Live Once)'을 뜻하는 '욜로'가 올해 화두로 떠오르면서 현재의 삶에 가치를 두고 스스로를 위해 투자하는 '1코노미' 족과 맞물리면서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호텔서울은 1인 고객을 위한 '
욜로(YOLO)' 패키지를 선보였다. 슈페리어 객실 1박과 유러피언 노천 카페 쿨팝스 치맥 세트, 롯데시네마 관람권 1매로 구성됐다. 이와 함께 조식 뷔페와 라이트 스낵, 애프터눈 티, 칵테일 서비스를 제공한다. 

L7명동은 '얼로너스(Aloners)' 패키지를 운영한다. 
스탠다드 객실과 1인 조식, 나홀로박스가 포함돼 있으며 호텔 내 피트니스센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나홀로박스에는 롯데백화점 상품권 1만원권, 문화상품권 1만원권, 엔제리너스 아메리카노 교환권 1매, 버니니 1병, 프링글스 1개가 들어있다. 

코트야드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은 프리미어룸 1박과 1인 무료 조식,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1인 이용권으로 구성한 '타임 포 미' 패키지를, 노보텔앰배서더 독산은 
일요일과 월요일에 슈페리어 객실 1박과 1인 조식을 이용할 수 있는 '오 마이 홀리데이'를 운영한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1인용 패키지 판매가 예상 외로 높아 앞으로도 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추후 13개 체인 호텔로 이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 피렌체 두오모 성당. ⓒ오픈애즈
    ▲ 피렌체 두오모 성당. ⓒ오픈애즈

  • 국내 호텔에서 혼자만의 휴식을 즐기는 '호캉스(호텔+바캉스)' 족이 뜨고 있다면 해외에서 혼자 여행을 즐기는 '혼행족'도 늘고 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난해 '나홀로 항공권' 구매자의 비중은 전체의 28.6%를 차지했다. 1인 항공권 구입자 수는 전년대비 27.7% 증가했다. 하나투어 패키지로 떠난 혼행족의 비중도 전체 패키지 고객의 8.5%로 3년전(4.2%)의 2배를 넘어섰다. 

    모두투어도 전체 예약의 20% 가량이 혼행족으로 집계됐다. 혼행족 비중은 2012년 5%대에서 4년만에 4배로 커진 것. 인
    터파크투어도 지난해 국제선 항공권 판매(462만건) 중 혼행 비중이 31.6%를 차지했다. 

    혼자하는 여행은 그간 대부분 자유여행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혼행족을 겨냥한 전용 패키지 상품도 등장했다. 
    모두투어는 여성 혼행족에 특화된 혼자만의 이탈리아 상품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여성 혼행족에게 모든 초점이 맞춰진 기획 상품으로 패션의 도시 밀라노를 시작으로 베로나, 베니스, 피렌체, 로마 등 5박 8일 동안 이탈리아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일정으로 꾸려진다. 베니스 부라노섬 스냅사진 촬영과 피렌체 The mall 아웃렛 쇼핑, 키안티 지역 와이너리 투어와 전 일정 1인 1실 등의 특전이 포함된다. 


  • ▲ 피렌체 두오모 성당. ⓒ오픈애즈



  •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를 보는 혼행족도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영화관을 찾은 관람객 100명중 13명은 혼자 영화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인 관객 비중은 지난 2012년 7.7%에서 꾸준히 증가해 올해 1~5월에는 16.9%를 돌파했다. 

    CGV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혼행족은 개봉 후 1주일 이내 관람하는 비중이 전체의 42%로 가장 높고 개봉 후 2주 이내 관람이 전체의 81%를 차지하는 영화 마니아로 최신 영화 개봉에 민감한 고객으로 분류된다"며 "
    혼행족은 미스터리·범죄, 드라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CGV는 1인 관객을 위해 팝콘과 콜라를 부담 없는 양으로 즐길 수 있는 '싱글팩'을 선보이고 메가박스는 코엑스점에 열 전체가 다른 좌석과 분리된 싱글석을 운영하고 있다. 

  • ▲ 초코파이 2개입, 낱개 제품. ⓒ오리온
    ▲ 초코파이 2개입, 낱개 제품. ⓒ오리온



  • ◇ 초코파이·아이스크림도 낱개로 산다

    혼자서 밥을 먹는다는 의미의 '혼밥'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데 이어 1인 고객을 겨냥한 디저트 등 식음료 제품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대용량이나 박스로 판매하던 제품들이 낱개, 소포장으로 등장하면서 '1코노미' 족들의 반응도 뜨겁다. 

    오리온은 대표 장수 제품인 '
    초코파이情'과 '초코파이情 바나나'를 낱개와 2개 묶음으로 판매하고 있다. 변화하는 소비 패턴에 맞춰 소포장 제품으로 '초코파이'를 구성해 소비 편의성을 높인 것. 기존에는 12개입 박스로만 판매했지만 편의점을 중심으로 낱개 과자를 팔자 소비자들의 호응도 높았다. 

    오리온 관계자는 "지난 5월 초코파이와 초코파이 바나나 2개입 제품 판매량이 올 초 대비 9% 성장하는 등 낱개 판매를 시작한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초코파이의 낱개 판매 반응이 좋아 또 다른 파이 제품인 후레쉬베리도 2개입 소포장 제품으로 판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빙그레는 
    대용량 아이스크림 제품인 '투게더'와 '엑설런트'를 소용량 제품으로 선보이며 탈바꿈했다. 

    '투게더'는 출시 42년간 줄곧 900ml 대용량 제품을 고집해왔지만 용량을 8분의 1로 줄인 110g 중량의'투게더 시그니처'를 선보였고 출시 28주년 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엑설런트'도 110ml 용량의 컵 형태 제품으로 새롭게 선보이며 '1코노미'족을 겨냥했다.  

  • ▲ 1인용 디저트 케이크 이미지. ⓒ파리바게뜨
    ▲ 1인용 디저트 케이크 이미지. ⓒ파리바게뜨


  •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1인용 디저트 케이크 10종과 떠먹는 케이크 등을 선보였다. 
    경기불황, 스트레스 해소 등과 맞물려 확산되고 있는 이른바 '쁘띠사치족'(적은 비용으로 큰 만족감을 취하는 소비자)과 '혼디족'(혼자 디저트 먹는 사람) 등 '1코노미'족을 적극 겨냥했다. 파리바게뜨는 1인용 케이크 가격 3000~6000원대로 책정해 부담을 낮췄다. 

    아워홈은 
    1~2인용 미니 사이즈 식빵 '큐브브레드' 2종을 내놨다. 가로·세로 길이 9cm의 미니 사이즈로 혼자서 한끼 식사나 디저트로 즐기기에 좋다. 딸기쨈과 체다 치즈 등 속 재료가 식빵 안에 들어 있어 버터나 잼을 따로 곁들일 필요가 없도록 만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
    1인 가족이 국내에서 가장 흔한 가구 형태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1인 소비 패턴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1인용 과자와 디저트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박스나 대용량으로만 판매하던 인기 제품들이 낱개, 소포장 제품으로 속속 나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산업연구원은 최근 1인 가구 소비지출 규모가 지난 2012년 60조원에서 2020년 120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체 소비지출규모의 15.9%에 이른다.

  • ▲ 1인용 디저트 케이크 이미지. ⓒ파리바게뜨


  • ◇ 
    편의점에 부는 1코노미 바람, 소량제품과 간편식 인기 ↑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한 편의점은 1인 가구 중심의 소용량 상품을 주력 상품으로 밀고 있다. 소용량 상품 및 가정 간편식, 생수 등 1인 가구에서 자주 찾는 상품 매출은 매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세븐일레븐에서 분석한 결과 소용량 포장 과일 매출은 2015년 34.5%, 2016년 37.3%, 2017년 46.2%로 지속 신장하고 있다.

    가정 간편식 매출도 역시 매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CU 도시락 매출신장률은 2014년 10.2%에서 2015년 65.8%, 2016년에는 168.3%로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물을 사 먹는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생수 판매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CU에서는 2012년부터 생수 매출이 전년 대비 23.9% 증가하면서 가파른 상승을 시작했다. 이후 2014년 24.7%, 2015년 24.6%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역시 23.0%의 높은 매출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1코노미'를 겨냥한 상품들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GS25는 2~3kg의 소용량 수박인 블랙망고수박을 출시했으며, 세븐일레븐도 이와 비슷한 '노란미니수박'과 '애플수박'을 판매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수박 한 통의 무게가 7kg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수준의 용량이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의 증가로 다소 가격은 비싸더라도 가까운 편의점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편의점은 이에 맞춰 소용량 제품과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가정 간편식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 위메프에서 진행하는 혼밥족 전용 샵. ⓒ위메프
    ▲ 위메프에서 진행하는 혼밥족 전용 샵. ⓒ위메프


    ◇ e커머스 성장 이끄는 '나혼자 산다' 

    1인 가구가 사회의 주 구성원으로 떠오면서 e커머스(전자상거래)에서도 이들이 자주 구매하는 생필품과 가정간편식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e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즉석밥, 생수 등 1인 가구에서 즐겨찾는 상품군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오프라인 마켓보다 저렴한 가격 등을 앞세워 1인 가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젊은 '나혼자족'의 지갑을 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커머스 고객층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연령층이 낮다"며 "즉석식품 등 관련 카테고리는 2030세대 고객이 즐겨 찾는 만큼 이들이 매출을 견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G마켓에 따르면 즉석 밥·국·카레 카테고리 매출은 5월 14일부터 6월 13일까지 전년대비 60% 판매량 증가했으며, 생수 역시 같은 기간 21%, 라면·컵라면도 57% 이상 신장했다.

    위메프에서도 6월 1일부터 13일까지 매출 기준으로 전년같은 기간 대비 즉석밥 130.48%, 라면 109.69%, 컵라면 87.88%, 생수 89.1% 증가해 1인 가구가 해당 카테고리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혼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채소와 과일 매출도 최근 급증하고 있다. 티몬에서 1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편이 깐대파'는 1월 1~13일 매출 대비 6월 1~13일 매출이 81% 늘었다. 세척사과 역시 판매를 시작한 4월보다 6월 현재 매출이 47% 올랐다. G9는 쌀 소포장 제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9% 신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해 e커머스에서는 '1코노미' 고객을 겨냥한 전용관 및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옥션에서는 1인가구 전문관 'A.SINGLE'를 지난 4월 오픈하고 혼족을 위한 프로모션을 매달 시리즈로 진행하고 있다. 'A.SINGLE'에서는 싱글족을 위한 상품 추천은 물론 싱글라이프에 필요한 식품, 리빙, 가구, 생활서비스 등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 중이다.

    상품 추천과 함께 24시간 무인택배함 서비스 '스마일박스', 배송 서비스인 '스마트배송' 등 싱글족이 알아두면 유용한 옥션의 서비스도 소개한다.

    위메프 역시 '혼밥족을 위한 재밌는 싱글라이프'라는 전용관을 열고 도시락부터 통조림, 과일, 채소 등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e커머스 관계자는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소용량 제품이나 생활필수품을 구매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며 "이들이 오프라인 매장보다 저렴한 온라인 마켓을 이용하면서 해당 카테고리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