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 착수에 앞다퉈 인상 철회한 BBQ·BHC 등과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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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최근 가격을 인상했거나 인상할 예정이던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잇따라 인상 방침을 철회한 한편, 외국계인 KFC는 무풍지대에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격을 올렸거나 올릴 예정이던 BBQ와 교촌 등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김상조호 공정위가 출범하자마자 앞다퉈 인상한 가격을 원상 복귀하거나 인상 계획을 취소했지만 이달 1일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올렸던 KFC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2위인 BHC치킨은 다음 달 15일까지 한 달간 대표 메뉴를 할인 판매하기로 했다.
KFC는 이달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6.8% 인상하면서 5500원이던 징거버거 세트는 5900원으로 7.3%, 타워버거 세트는 6300원에서 6900원으로 9.5% 각각 올렸다.
1만7500원이던 '핫크리스피 오리지널 치킨' 한 마리 가격은 1만8400원으로 5%가량 인상했다.
더욱이 KFC는 사전에 언론 등을 통해 가격 인상 계획을 공개한 BBQ나 교촌치킨과 달리 제대로 된 고지도 없이 치킨 업계 가격 인상 분위기에 편승해 슬그머니 가격을 올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KFC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주요 제품의 가격을 최대 18%까지 인하한 적이 있어서 다른 업체와 입장이 다르다"면서 "인상 요인이 있는데도 오랜 기간 억제하다가 올린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올린 가격을 내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외식 전문기업 얌브랜드 계열사인 KFC는 국내에서는 KG그룹이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매장을 운영 중이며 전국에 210여 개 점포가 있다.
국내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들과 달리 KFC는 모든 점포가 직영점이란 것이 차이점이다.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갑을 논란'이 없다는 얘기다.
업계 전문가들은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의 포괄적 규제 권한을 두려워하는 국내 업체들과 달리 KFC 등 외국계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입장이어서 대응 방식이 다른 것으로 분석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나 국세청 등 규제 당국의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국내 업체와 달리 외국계 기업은 한국 규제기관을 덜 두려워하고 눈치를 덜 보는 것 같다"며 "본국의 국력이나 외교적 역량이 이들 자신감의 배경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힘 있는' 본국을 등에 업은 외국계 기업들은 자신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한국 규제 당국의 제재에 소송 등으로 맞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의 통신업체 퀄컴은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퀄컴의 이른바 '특허권 갑질'을 문제 삼아 1조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자 이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도 국세청의 1천억 원대 과세에 불복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했다.
업계에서는 김상조 위원장을 위시한 새 정부 규제당국자들의 관심이 주로 국내 재벌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본사 문제에 집중돼 KFC 등 외국계 기업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BBQ 등 치킨 프랜차이즈의 가격 인상 철회와 관련해 "공정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남용·담합 등이 아니면 가격 결정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면서 공정위는 물가기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