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피해 집중 육성 … 삼성-SK 영향권삼성, 기흥 8인치 라인 가동률 50% 밑으로SK하이닉스시스템IC 라인은 中에 넘겨내년 성숙 공정서 中 파운드리 비중 25% 넘어설듯
  • ▲ 중국 SMIC 본사 전경 ⓒSMIC
    ▲ 중국 SMIC 본사 전경 ⓒSMIC
    미국의 제재를 피해 구형 공정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집중 육성하고 있는 중국 탓에 한국 파운드리 생산라인이 가동률을 점차 낮추고 있다. 이대로라면 8인치 생산라인 중 일부는 아예 접어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에는 구형 공정에서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의 비중이 25%를 넘길 것으로도 관측된다.

    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8인치 파운드리 생산라인 가동률이 낮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이미 절반 수준으로 가동률이 낮아진데 더해 40%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들도 이 같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8인치 파운드리 가동률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히면서 내년엔 이 라인의 가동률이 50%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는 이런 전망보다 빠르게 가동률을 낮추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이런 분위기라면 삼성이 8인치 라인 중 일부는 아예 접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8인치 뿐만 아니라 삼성 파운드리가 레거시 제품 양산 라인을 속속 정리하고 선단 공정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8인치는 중국 공세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라인 전환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8인치 파운드리 타격은 올 들어 급격하게 진행됐다.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피해 구형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면서 대표적으로 성장한 분야가 8인치다.

    구형 반도체 시장에서 조용히 세를 키워오던 중국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삼성과 SK 등 국내 기업들에까지 직접 영향을 끼친건 하반기 들어서다. 특히 삼성은 지난 3분기 시장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실적을 공개하면서 범용 D램 시장에서 중국의 공세가 거세진 점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메모리 사업은 서버와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견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 및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 제품 공급이 증가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이처럼 실적발표에서 중국 반도체 영향을 언급한 것은 지난 3분기가 처음이었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던 삼성이 실적에 타격까지 입을만큼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성장세가 무섭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중국 대표 파운드리 기업인 SMIC는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도 삼성의 턱 밑까지 쫓아온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으로 삼성의 점유율이 11.5%로 TSMC에 이은 2위인데 SMIC가 점유율 5.7%로 삼성에 이은 3위 자리로 완전히 안착했다. 당초 파운드리 3강은 TSMC와 삼성, 인텔이 꼽혔지만 인텔의 부진과 동시에 SMIC가 약진하면서 새로운 3강 구도를 형성했다.

    삼성은 아직까지 버티고 있지만 SK는 8인치 사업에서 속속 손을 떼고 있다. 지난 5월 SK하이닉스의 8인치 파운드리 사업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중국 우시 현지에서 합작으로 운영하던 파운드리 합작사 지분 49.9%를 중국 파트너사에 넘겼다. 해당 공장의 생산라인도 가동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국내 8인치 파운드리인 DB하이텍도 이대로 가다간 위기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업체들이 8인치 단가 인상을 속속 추진하며 완전 덤핑 수준의 공세는 피했지만 중장기적으론 가격 경쟁이 어려울 것이라는게 업계 중론이다. DB도 8인치에서 유일하게 희망이 있는 전력관리반도체(PMIC) 분야에 승부수를 던진 상황이다.

    내년엔 8인치 시장에서 중국 비중이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말까지 성숙공정 용량 기준으로 중국 파운드리의 점유율이 2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