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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업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사드로 인한 중국 판매 부진, 한미 FTA 개정 논의로 대외적 악재가 겹친 가운데 완성차 노조들이 파업까지 들고 나며서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제조사 노조들이 임단협을 놓고 사측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며 파업 수순에 돌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4일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했다. 13일과 14일 전체 조합원 5만274명을 대상으로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투표를 한 결과 4만4751명(투표율 89.01%)이 투표해 3만3145명(재적 대비 65.93%)이 찬성했다. 노조는 이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의 10일간 조정 기간이 끝나는 18일부터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임단협을 놓고 사측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기아차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으며, 이달 중순경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아차 노조는 9월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있어 파업의 강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14일 쟁의권을 확보하면서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 지부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임금 협상 '조정 중지'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조정 중지는 노사의 입장 차이가 커 조정안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결정이 내려지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사드 충격에 FTA 개정까지 논의되는 상황에서 노조들의 파업은 업계를 더욱 위기로 몰아간다는 지적이다.
국내 완성차 대표 기업은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중국 시장에서 42만8800대를 판매했다. 사드충격 여파로 올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47% 급감했다.
한미 FTA 개정에 자동차가 언급되고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FTA 개정에 따라 차관세가 새롭게 책정될 경우 차부품산업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여기에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도 우려되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노조 파업에 따른 공장 가동중지로 3조1000여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차 상반기 영업이익(3조1042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대외적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노조마저 파업에 돌입한다면 하반기 심각한 실적 부진에 직면할 것"이라며 "각 사 노조들이 업계가 처한 상황을 이해해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