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차례 공판 불구 '경영권 승계 목적' 증거 나오지 않아'부정한 청탁-청와대 개입' 아닌 '단순 경영상 판단' 반박"통상적 인가절차 모르는 왜곡된 시각 기반 근거 없는 주장 지적도"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과 관련된 공방이 지난 18일 이재용 부회장의 41차 공판을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변호인단이 신청한 삼성생명 관계자들의 증인신문이 종료되면서 금융지주사 전환 혐의는 재판부의 판단으로 넘어갔다.

    특검은 그동안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는 배경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있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금융위 및 청와대 관계자의 증언을 앞세워 '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은 이 부회장을 포함한 오너일가의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 수단'이라는 논리를 강조한 셈이다.

    반면 삼성 측은 오너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현물출자까지 하며 지배력을 높일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지주사에 대한 사업회사주식 현물출자는 공개매수로 진행됐기 때문에 다른주주들이 참여할 경우 오너 지분율은 변화가 없다는 설명도 따라 붙었다.

    41차 공판은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가 집중적으로 확인됐다. 삼성생명 부사장과 미전실 소속으로 금융위 관계자들과 접촉한 실무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오전 공판에는 방영민 삼성생명 부사장이 증인석에 앉았다. 그는 본인이 직접 IFRS4 2단계 도입의 대비책으로 지주사 전환을 제안했고,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의 승인을 받아 추진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조치였다는 특검의 주장과 반대되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때문에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이 추진된다는 지시나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며 "그런 이야기는 듣지도 못했을 뿐더러 그런 말을 할 상황도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원안대로 전환계획 승인 신청을 강행하겠다는 뜻이 이 부회장의 지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오후 공판에 출석한 손관설 삼성생명 상무와 이승재 삼성생명 전무 역시 비슷한 뉘앙스의 증언을 이어갔다. 특히 미전실 소속으로 금융위와 접촉한 것을 문제 삼는 특검을 향해 "창구를 열기 위한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정면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대부분의 기업들은 감독 당국의 인허가 업무를 추진할 때 담당자와 가장 친한 사람이 먼저 나선 후 실무자들이 접촉하는 절차를 관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검은 공세를 퍼부으며 혐의 입증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의미있는 증언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되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라는 걸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증언의 신빙성은 높이기도 했다.

    더욱이 청와대의 개입이나 삼성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지 못하면서 역풍을 맞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삼성생명이 무언가를 믿고 무리하게 지주사 전환을 고집했다는 특검의 주장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다"며 "특검은 통상적인 인가절차를 모르는 왜곡된 시각을 바탕으로 근거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금융지주사 전환 관련 증인신문이 별다른 소득없이 마무리되면서 재판부가 어떤 결과를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특검이 금융위 실무자를 시작으로 부위원장,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지만 결정적 증거를 끌어내지 못하면서 무죄가 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재판부가 '전환 계획을 요청받았을 때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강화라고 인식했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증언을 받아들일 경우 집행유예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