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수첩 작성자 안 전 수석 아닌 김건훈 전 비서관 압수수색은 문제""김 비서관, 구체적 업무 지시 없었고 참고하라는 정도로 이해"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안종범 수첩의 압수경위를 놓고 삼성 측 변호인단과 특검의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변호인단이 수첩을 직접 작성한 안 전 수석이 아닌 김건훈 전 청와대 비서관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된 것을 놓고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42차 공판이 19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에는 안 전 수석의 직속 보좌관으로 일했던 김건훈 전 청와대 비서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비서관은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건네받아 '대통령 지시사항 이행보고' 문건 작성에 활용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 2월 39권의 수첩을 특검에 제출했으며, 최근에는 검찰에 수첩사본 7권을 추가 제출하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특검이 수첩의 소유권자인 안 전 수석이 아닌 김 전 비서관에게 증거인멸교사와 관련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수첩을 취득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김 전 비서관이 안 전 수석 측의 연락을 받고 가져간 수첩은 안 전 수석이 검찰에 제공한 것으로 봐야 하는데, 특검이 엉뚱하게도 증인에게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적용해 수첩을 압수했다는 것이다. 김 전 비서관 역시 자신에 대한 죄명과 범죄사실에 대해 적극 부인하는 모습으로 변호인단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압수수색 당시 경황이 없어 내용을 자세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영장을 받고 압수당했다"면서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처럼 김필승 K스포츠재단 이사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김 전 비서관은 수첩의 소유권이 안 전 수석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수 차례 언급했다. 안 전 수석의 요청에 따라 언제든지 돌려줘야 했던 것으로 인식했다는 설명이다.

    수첩 내용과 관련해서는 안 전 수석의 구체적 업무 지시는 없었으며, 정책과 관련된 내용을 참고하라는 정도로 이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첩에 기재된 삼성 관련 내용들의 경우 핵심 단어만 나열돼 있어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을 뿐더러, 삼성과 관련된 지시나 압력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특검은 김 전 비서관이 국정감사 등에 대비해 작성한 'K-스포츠재단 관련 주요 일지', '대기업 등 주요 논의 일지' 등의 자료를 토대로 삼성의 정유라 승마지원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등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특검은 '10월22일 승마관련 SS 보고'라고 적힌 문구와 각 기업별 독대 일정을 기재한 것을 앞세워 '삼성과 청와대 사이의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 관계가 합의됐다'는 증언을 끌어내고자 노력했다. 더욱이 2014년 9월12일로 기재된 삼성의 독대 일정을 지적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개별 면담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전 비서관 스스로가 해당 내용에 대한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고 설명함에 따라 진술 내용 대부분은 '개인적 생각과 추측에 기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김 전 비서관이 해당 자료들을 작성한 시점은 지난해 10월 쯤으로 독대가 진행되고 2년 이상이 지난 상황이다. 때문에 김 전 비서관은 증언 중간중간에 '기재된 일정이 정확하지 않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증인이 2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 안 전 수석과 방기선 전 행정관에게 들은 얘기 등을 통해 자료를 작성했고, 독대 일정 등의 내용 역시 불명확하게 기재돼 있다"며 "SS라 적힌 부분도 삼성 측이 작성한 자료인지 확인되지 않았으며, 증인 스스로도 추측이라고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오후 증인으로 예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했다. 특검은 증인신문을 위한 구인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재차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증인신문은 끝내 불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