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지원 관련 송금 과정, 이 부회장 직접 개입 여부 확인 안돼객관적 증거 및 증언 부재…'근거없는 의혹제기'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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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적용된 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재산국외도피죄 등의 혐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삼성의 승마지원과 관련된 해외송금 과정에 이 부회장이 직접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삼성의 독일 현지계좌를 최순실이 개인적으로 이용한 것은 이 부회장과 전혀 무관하다는 주장도 이어지면서 공소사실의 타당성에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더욱이 앞서 진행된 서울세관 주무관과 우리은행 직원 등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도 이 부회장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지 않아 이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특검은 삼성이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공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독일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의 영향력을 인지한 이 부회장이 최씨 소유의 코어스포츠와 허위 용역계약을 맺은 후 용역대금이라는 명목하에 수 백억원의 뇌물을 전달했다는 주장이다.근거로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이 최씨에게 삼성 계좌 거래내역을 알려준 사실과 최씨가 독일 푸랑크푸르트 인근의 호텔 매입 과정에서 삼성 계좌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 한 정황을 내세웠다.특히 최씨가 이 전 본부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계좌내역을 확인했다는 점을 앞세워 최씨의 편의를 위해 내부 방침까지 바꿨다고 주장했다. 한국계 은행과 거래하지 않았던 이전과 달리 KEB하나은행 계좌를 개설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이 전 본부장도 최씨에게 호텔 구입과 관련한 대출 방안 중 하나로 삼성 계좌를 활용하라는 조언을 한 점이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검은 예금거래 신고서에 기재된 '우수마필 및 부대차량 구입'이라는 예치사유도 허위로 기재됐다며, 실제로는 최씨에게 마필과 차량을 구입해주거나 대납하는 용도로 쓰였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특검은 이같은 의혹을 근거로 이 부회장에게 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재산국외도피죄 등의 혐의를 적용했지만, 정작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직접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삼성 측은 이 부회장이 지난 2015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2차 독대 이후 승마지원을 지시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다만 실제 지원 과정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이 부회장이 최씨와 그의 딸 정유라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채 승마지원을 지시했고, 여러 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해 용역계약 체결이 진행됐다면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라는 행위는 찾아볼 수 없다는게 법조계 안팎의 평가다.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정유라 조차 '다른 선수들과 함께 지원한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하면서 이 같은 주장에 무게가 쏠린다. 송금 거래를 할 경우 삼성 관계자 3인의 서명이 있어야 가능했다는 점도 삼성 측 변론에 힘을 싣고 있다.결국 독일 계좌로의 해외송금은 선수지원을 위한 용역대금이었으며, 최씨 개인의 행동으로 인해 당초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는 논리다.이 부회장의 경우 최씨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승마지원을 지시했기 때문에 특검이 제기한 공소사실과는 관계가 없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재계 한 관계자는 "40차례가 넘는 공판 동안 특검 측 증인들의 진술에서도 이 부회장과 관련된 내용이 언급된 적은 극소수에 불과했다"며 "삼성의 해외송금 의혹과 관련해서도 아무 객관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최고 의사결정권자라는 이유만으로 혐의를 적용한 셈"이라고 지적했다.한편 21일 열리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43차 공판에는 김문수 전 승마협회 총무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김 전 총무는 황성수 전 전무와 함께 삼성 독일 현지 계좌의 송금거래에 대한 서명 권한을 갖고 있던 인물이다. 양측은 이들을 상대로 삼성의 독일 계좌 개설 배경과 송금절차 및 내용에 대해 집중 확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