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지원 관련 송금 과정, 이 부회장 직접 개입 여부 확인 안돼객관적 증거 및 증언 부재…'근거없는 의혹제기' 뿐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적용된 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재산국외도피죄 등의 혐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삼성의 승마지원과 관련된 해외송금 과정에 이 부회장이 직접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의 독일 현지계좌를 최순실이 개인적으로 이용한 것은 이 부회장과 전혀 무관하다는 주장도 이어지면서 공소사실의 타당성에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더욱이 앞서 진행된 서울세관 주무관과 우리은행 직원 등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도 이 부회장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지 않아 이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검은 삼성이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공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독일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의 영향력을 인지한 이 부회장이 최씨 소유의 코어스포츠와 허위 용역계약을 맺은 후 용역대금이라는 명목하에 수 백억원의 뇌물을 전달했다는 주장이다.

    근거로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이 최씨에게 삼성 계좌 거래내역을 알려준 사실과 최씨가 독일 푸랑크푸르트 인근의 호텔 매입 과정에서 삼성 계좌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 한 정황을 내세웠다. 

    특히 최씨가 이 전 본부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계좌내역을 확인했다는 점을 앞세워 최씨의 편의를 위해 내부 방침까지 바꿨다고 주장했다. 한국계 은행과 거래하지 않았던 이전과 달리 KEB하나은행 계좌를 개설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이 전 본부장도 최씨에게 호텔 구입과 관련한 대출 방안 중 하나로 삼성 계좌를 활용하라는 조언을 한 점이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검은 예금거래 신고서에 기재된 '우수마필 및 부대차량 구입'이라는 예치사유도 허위로 기재됐다며, 실제로는 최씨에게 마필과 차량을 구입해주거나 대납하는 용도로 쓰였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검은 이같은 의혹을 근거로 이 부회장에게 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재산국외도피죄 등의 혐의를 적용했지만, 정작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직접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이 지난 2015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2차 독대 이후 승마지원을 지시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다만 실제 지원 과정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이 최씨와 그의 딸 정유라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채 승마지원을 지시했고, 여러 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해 용역계약 체결이 진행됐다면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라는 행위는 찾아볼 수 없다는게 법조계 안팎의 평가다.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정유라 조차 '다른 선수들과 함께 지원한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하면서 이 같은 주장에 무게가 쏠린다. 송금 거래를 할 경우 삼성 관계자 3인의 서명이 있어야 가능했다는 점도 삼성 측 변론에 힘을 싣고 있다. 

    결국 독일 계좌로의 해외송금은 선수지원을 위한 용역대금이었으며, 최씨 개인의 행동으로 인해 당초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는 논리다. 

    이 부회장의 경우 최씨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승마지원을 지시했기 때문에 특검이 제기한 공소사실과는 관계가 없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40차례가 넘는 공판 동안 특검 측 증인들의 진술에서도 이 부회장과 관련된 내용이 언급된 적은 극소수에 불과했다"며 "삼성의 해외송금 의혹과 관련해서도 아무 객관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최고 의사결정권자라는 이유만으로 혐의를 적용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21일 열리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43차 공판에는 김문수 전 승마협회 총무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김 전 총무는 황성수 전 전무와 함께 삼성 독일 현지 계좌의 송금거래에 대한 서명 권한을 갖고 있던 인물이다. 양측은 이들을 상대로 삼성의 독일 계좌 개설 배경과 송금절차 및 내용에 대해 집중 확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