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자마진 상승·뒷문잠그기로 순익규모 UP예대마진 편중,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고민
  • 시중은행들이 역대 최대 성적을 거두며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년 만에 순이익 1조원을 달성하고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따라잡는 기염을 토했다. 


  • 순이자마진 상승·뒷문 잠그기 효과로 순익 규모 '확대' 

25일 시중은행들의 성적을 살펴보면 단 6개월 만에 과거 연간 실적과 맞먹는 규모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빠른 속도로 덩치를 키우는 곳은 국민은행이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으로 거둔 금액만 1조2092억원에 달한다.

각각 1조1072억원, 9643억원을 거뒀던 2015년과 2016년의 연간 순이익을 단 6개월 만에 뛰어넘은 셈이다. 

국내 1위 금융사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신한은행을 제치는 것도 성공했다. 

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신한은행(1조1043억원)보다 약 1049억원 가량 많은 순익을 거두며 리딩뱅크 입지를 공고히 다지게 됐다.
 
아울러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도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1조983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기록하며 금융지주 계열 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해 3분기 만에 해냈던 1조 순익을 올해 2분기 만에 초과 달성하며 민영화 이후 탄탄해진 영업력을 뽐냈다.

KEB하나은행 역시 반기 만에 9988억원을 거두며 순익 1조 클럽에 성큼 다가섰다. 2015년 이후 통합 시너지가 제대로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은행의 핵심 이익인 순이자마진(NIM)이 분기마다 빠르게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실적 고공행진에 힘을 보태는 분위기다. 

국민은행의 순이자마진은 2분기 말 기준 1.72%로 지난해 말보다 0.11% 올랐고, 신한은행 역시 1.56%로 지난해 4분기(1.49%)보다 0.07% 개선된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도 각각 0.08%, 0.12% 상승한 1.93%, 1.92%를 기록하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대출로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인 예대마진 등 순이자마진(NIM)이 확대되며 수수료 이익도 크게 늘었다. 

국민은행의 상반기 이자수익은 2조5850억원으로 전년 상반기대비 12.1% 확대됐다. 신한은행 역시 2조3814로 10.1% 증가했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2조3076억원과 2조5510억원을 거뒀다.

그동안 부담으로 작용했던 대손충당금 규모가 줄어든 것도 실적 상승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대우조선해양 등 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충당금 적립액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2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76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81.7%, 전년 동기 대비 7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대손충당금 전입액 역시 740억원에 불과, 전년 2분기 대비 67.82% 줄었다. 우량 자산 중심 적정 대출성장과 구조조정을 통해 선제적으로 건전성을 관리하며 뒷문 잠그기에 선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 ▲ ⓒ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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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아진 예대마진 비중…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고민'

  • 은행권의 사상 최대 실적 갱신에도 불구하고 수익 구조는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은행들의 비이자이익 규모는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해 '이자 장사'에 골몰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민은행의 비이자이익은 47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했다. 

    신한은행도 4763억원으로 무려 22.3% 줄었고, KEB하나은행 역시 1.61% 감소한 6211억원에 그쳤다. 

    은행들이 부동산 투자자문이나 자산관리, 외환 서비스 등 여러 사업들을 벌리며 수수료 수입 확대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은행 비이자 수익에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방카슈랑스 수수료 비중도 줄고 있고, 유가증권이나 외환·파생 부문 수익 역시 시장 변동성에 큰 영향을 받으며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우리은행은 시중은행과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7560억원의 비이자이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 41% 성장세 나타냈다. 

    수수료 이익 규모 역시 53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했다. 신탁 자산 판매 규모가 늘었고, 수수료 수익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확대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탁자산 잔고는 6월 말 기준 3조775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525억원)보다 3250억원 가량 늘었고, 수수료 수익 역시 640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로 늘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연초부터 자산관리에 공을 들이며 비이자 수익 확대에 박차를 가한만큼 의미있는 성장을 이끌어 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이자이익 편중 현상이 워낙 심한 탓에 매번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해도 이자 장사를 잘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 금리에 따라 실적이 흔들리는 수익 구조를 탈피하고 수수료 수입 등 비이자 수익 비중 키우기에 힘써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