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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감열지 시장 1위 한솔제지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감열지 분야에 대한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감열지는 종이에 특수한 약품 처리를 통해 일정 온도의 열이 가해지면 색상이 변하도록 만든 특수지의 일종이다. POS(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 용지와 영수증, 라벨용지 등에 사용된다.25일 한솔제지에 따르면, 한솔제지가 감열지 시장에 뛰어든 것은 지난 1995년이다. 당시는 국내 시장에서 감열지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솔제지는 지난 수년간 감열지 분야에 집중적으로 자본을 투하했다. 이후 한솔제지는 특수지 전문 공장인 천안공장에서 감열지를 본격적으로 생산하며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생산 노하우를 축적했다.
지난 2012년에는 장항공장의 코팅 설비에 230억여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 감열지 생산과 인쇄용지 생산이 모두 가능한 '스윙체제'를 업계 최초로 구축했다. 인쇄용지와 감열지의 수급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지종을 선택해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솔제지의 판단은 적중했다. 국내에서는 독보적인 감열지 생산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한솔제지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국내에서 축적해온 기술 노하우와 경쟁력을 기반으로 '감열지 분야 글로벌 1위 기업' 도약을 목표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이를 위해 한솔제지가 꺼내 든 카드는 인수·합병(M&A)이었다. 감열지 분야 선진 시장인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초석을 다지면서 부족한 역량을 단기간에 보완·확보하기 위해서는 M&A가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솔제지는 2013년 유럽 최대 감열지 가공업체인 샤데스를 429억원에 인수한데 이어 이듬해에는 네덜란드 라벨 가공업체 텔롤을 400억원에 사들였다. 2015년에는 유럽 2위 감열지 가공업체인 독일 R+S그룹을 220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솔제지는 연간 감열지 생산 능력을 18만6000톤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일본 오지제지(28만7000톤), 독일 쾰러(25만톤)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현재 세계 감열지 시장은 연간 4.2~6.6%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기준 114만톤에서 2020년에는 178만톤까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특히 감열라벨지의 경우 아시아 시장에서 7%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돼 글로벌 제지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글로벌 감열지 시장에서의 주도권 경쟁은 점차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세계 감열지 시장은 대체적으로 일본과 유럽, 중국의 대형 제지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일본의 오지제지와 미쯔비시, 독일의 쾰러, 중국의 첸밍 등이 선두권을 형성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업체로는 한솔제지가 유일하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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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만큼 한솔제지는 한국 제지업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글로벌 역량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인쇄용지를 생산하는 신탄진공장에 485억원을 투입, 감열지 설비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19년에는 감열지 생산규모를 32만3000톤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계획대로 추진되면 한솔제지는 현재 세계 감열지 시장 선두인 오지제지와 쾰러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서게 된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일본과 유럽, 중국의 대형 업체들이 대부분인 감열지 시장에서 한솔제지가 한국 제지업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며 "과감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감열지 분야 세계 1위 지위를 확보해 2020년에는 매출 2조원에 영업이익 16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솔제지는 펄프·접착제 등 화학약품과 운송비용 등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했다는 이유로 오는 9월부터 국내외 감열지 가격을 9% 인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