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350 시뮬레이터 한 대 가격 200억 내외, 바다 위의 작은 섬 하나까지 구현한창 바쁠 때는 24시간 풀가동, 통상적으로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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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항공 A350 시뮬레이터 외관.ⓒ공준표 기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4월 최신예 항공기 A350-900을 도입했다. 올해 총 4대를 도입할 계획이며, 지난달 20일 2호기까지 들여온 상황이다.
A350은 총 311석 규모로 뛰어난 연료효율성과 소음 및 탄소배출이 적은 친환경성 항공기다. 기내 기압과 습도 및 조명 개선 등으로 쾌적한 기내 환경을 제공한다. 또 길이 518cm, 높이 243cm의 윙렛은 바람의 저항을 줄여 연료 소모량을 기존 동급 타 기종 대비 25% 정도 개선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 기자는 서울 강서구 오쇠동에 위치한 아시아나항공 본사 교육훈련동에서 A350 시뮬레이터를 직접 탑승해봤다.
아시아나항공이 A350 도입을 앞두고 조종사들의 교육 훈련을 위해 200억원 내외의 비용을 투자해 마련한 장비다. 시뮬레이터는 악천후, 엔진 화재 등 다양한 상황별 모의 기재 훈련이 가능하다. 이날 현장에서는 악천후 상황 시 기재 운용에 대해 체험했다.
A350 시뮬레이터는 실제 A350 여객기의 조종석을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실제 기내에서는 조종사 외에 조종석 접근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A350 시뮬레이터 탑승은 더욱 색다른 경험이다. 또한 전 세계의 모든 공항을 시뮬레이터 내 창 밖으로 내다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날 현장에서 A350 시뮬레이터 시연 및 교육을 담당한 최현욱 아시아나항공 기장은 지난 1996년 입사해 20년간 조종사의 길을 걸어온 베테랑이다. 부기장석에 앉아 오랜 노하우를 갖고 있는 최현욱 기장의 가르침을 받으며 본격적인 체험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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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항공 A350 시뮬레이터 내부에서 기자(오른쪽)가 최현욱 기장(왼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공준표 기자
악천 후 상황에서 항공기 운용 방법에 대해 배웠다.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가운데 전방의 창 밖으로 천둥번개가 내려치는 것도 식별할 수 있었다. 사소한 것 하나 하나까지 세밀하게 셋팅돼 있어 더욱 실감이 났다.
본격적인 이륙에 앞서 최현욱 기장은 프로그램 셋팅으로 분주했다. 비가 오는 날씨인 탓에 가장 먼저 와이퍼를 조작했다. 또 활주로 시작 부분 'Take off' 포지션에 여객기를 위치시킨 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듯 장비들을 일일이 셋팅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이륙에 앞서 시스템 리셋도 진행했다.
최현욱 기장은 "시뮬레이터 리셋을 여러 번 하면 에러가 쌓여서 가끔씩 리셋을 한 번 더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느새 인천공항 활주로에서 A350이 이륙 준비를 마쳤다. 총 3개의 활주로 중 가운데 활주로를 이용했으며, 천천히 인천공항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어 전방의 가상 화면은 점차 활주로에서 멀어지기 시작했고, 어느덧 사선으로 하늘을 날아오르고 있었다.
시뮬레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항공기를 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소 긴장한 탓에 정면만 응시하고 있던 상황에서 최현욱 기장이 "옆을 바라보면 아주 실감이 난다"는 말에 긴장이 풀렸다. 실제 측면에 있는 창문을 내려다보니 인천공항 주변의 건물, 바다 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마치 하늘을 날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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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항공 A350 시뮬레이터 내부. A350이 이륙해 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공준표 기자
이후 고도를 낮추고 인천공항 상공을 한 바퀴 돌며 주변 경관을 감상했다. 최현욱 기장은 "실제 섬 위치가 하나 하나 다 똑같이 구현돼 있다"며 세밀하게 구성된 시뮬레이터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교육에서는 인천공항 주변으로 큰 원을 그리며 비행했다. 실제 상황에서는 인천공항 비행 시 이 같은 '선회 접근'을 하지 않고 직선으로 활주로를 내려간다.
최현욱 기장은 "선회 접근은 조종사 훈련이나 작은 공항에서 연습을 할 때 활용한다"며 "시뮬레이터 안 에서는 훈련을 위해 인천공항임에도 불구하고 장주비행을 해 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주비행은 활주로 근처에서 비행기가 이륙 또는 착륙을 할 때 일정한 패턴으로 비행하는 것을 뜻한다.
훈련 중 돌발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계기판에 주경고등(Master Warning light)이 울린 것. 다행히 시뮬레이터상에서 오작동 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현욱 기장은 "시뮬레이터 데이터가 달라서 원래 울리지 않는 것인데 잠시 울린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직접 A350을 조작해 착륙하는 훈련을 했다. 부기장석 우측에 위치한 플라이트 스틱(Flight Stick)을 잡고 여객기 스틱 상단에 위치한 붉은색 버튼을 두 번 누르자, 오토파일럿(Auto-pilot)이 해제됐다.
이후 계기판에 탑재된 디스플레이를 보며 활주로를 찾아 상하좌우 방향을 맞췄다. 단순히 쉽게 조작이 가능할 줄 알았지만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해 쉽지 않았다. 여객기가 해상을 지나 인천공항으로 들어서면서 활주로가 명확히 보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조작은 쉽지 않았다. 결국 기장의 도움을 받아 활주로 정중앙으로 항공기 중심을 맞출 수 있었다.
기체가 노면에 닿기 전, 기체에서 나오는 안내음에 따라 플라이트 스틱을 4cm 가량 뒤로 밀었다. 여객기가 착륙하는 과정에서 속도를 줄이기 위해 중심을 뒤로 옮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너무 많이 스틱을 당겨 기체 꼬리 부분이 활주로에 닿는 사고가 발생할 뻔 했다.
최현욱 기장은 "스틱을 너무 많이 당길 경우 꼬리 부분이 활주로에 닿을 수 있다"며 "약간만 덜 당겼으면 좋았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다소 편안한 상태에서 체험을 하다보니 착륙 과정에서 중요한 오토브레이크 사용도 하지 못했다. 오토브레이크는 활주로 접근 준비 단계에서 활용하는 것으로 활주로 길이를 계산해 사용 여부를 결정한다.
단, 활주로 미끄러워 예상 활주로 정차 길이를 초과할 경우 ROW/ROP라는 안전 장치를 사용하게 된다. 이 경우 비행기는 'Max Break'라고 신호를 보내고 조종사는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아주면 된다. 'Max Reverser'라고 안내음이 나올 경우 역추력 장치를 조작해 착륙 시 활주로 거리를 초과하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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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항공 A350 시뮬레이터 내부. 착륙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들어선 모습.ⓒ공준표 기자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항공기 운용에 대한 많은 정보들을 습득할 수 있었다. 조종사들은 입사 후 빠짐 없이 해당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렇다보니 A350 시뮬레이터는 쉴틈이 없다.
최현욱 기장은 "교육이 많을 때는 24시간 풀가동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보통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4시간씩 세션을 나눠 교육이 진행된다"며 ""조종사들은 6개월마다 심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입사해서 퇴사할 때까지 계속해서 테스트를 반복한다"고 말했다.
가장 조종사들이 어려워하는 상황으로는 비정상적 상황을 꼽았다. 최현욱 기장은 "이륙 중 엔진손실로 인한 상황으로 엔진에 불이 나거나, 꺼지는 상황을 가장 어려워 한다"고 전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의 A350 시뮬레이터는 서울지방항공청으로부터 3등급 모의인가 장치로 인가를 받았으며, 1년 마다 검사를 받아야 한다. 현재 유효기간은 2018년 2월23일까지이며, 향후 검사를 통과해야 유효기간이 연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