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쓰러진 2014년부터 전권 위임받아 경영전반 책임져 와"사업현안 대부분 먼저 보고 받아…"후계자 수업 도움된다면 각 팀장에게 보고 지시"
  • ▲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뉴시스
    ▲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뉴시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자신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관계에 대해 '사업현안을 보고하고 허락을 받는 수직관계가 아닌 공유하는 수평관계'라고 증언했다.

    최지성 전 실장은 2일 열린 이 부회장 등의 50차 공판에서 "이 부회장과 나는 보고하고 지시받는 관계가 아니다. 이 부회장이 후계자로 경영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를 공유한 사이였다"고 말했다.

    실제 최 전 실장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2014년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경영 전반을 책임져 왔으며, 사업현안 대부분이 최 전 실장의 책임하에 결정됐다.

    그는 "사업현안 대부분의 내용을 내가 먼저 보고 받아 확인하고 후계자 수업 등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각 팀장들에게 이 부회장에게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며 "외부에서는 이 부회장이 후계자기 때문에 실권자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조직 운용체계나 관행을 모르고 하는 말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 최 전 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이 매일 아침 만나 회의를 한다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증언에 대해서도 "그런 회의 자체가 없다. 모일 경우를 상정하기도 쉽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이 부회장은 그룹을 총괄하는 미전실 소속이 아니었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한 적이 없으며, 최 전 실장이 현안을 공유한 이유는 후계자에 대한 예의라는 설명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40%의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주장에는 "사실도 아니고 그렇지도 않다"며 "의사 전달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저런게 실제도 있지도 않다"고 항변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행사 전 합병비율 조정을 위해 이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 고위급 임원을 만난 자리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나왔다

    최 전 실장은 "국민연금이 이 부회장이 최고 의사 결정자라고 생각하고 만나자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면담 초반에 이 부회장에게 질문이 쏠려 (이 부회장이) 답했지만 대화가 오가며 구체적인 설명은 나와 김종중 사장이 주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병이 무산될 경우 플랜B가 없다거나 자본시장법을 거론한 내용은 이 부회장의 직접 발언이 아니다"며 "주제별로 정리하다 보니 화자가 불분명하게 표현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 전 실장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사장단 회의나 원로모임을 통해 추대하면 끝나는 단순한 절차로 생각했다"며 "경영권 승계를 한 번도 복잡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부회장에게 빨리 회장직을 승계해서 공식적으로 나서라는 이야기도 수 차례 한 바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삼성의 정유라 단독 승마지원 사실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없는 유언비어를 이 부회장에게 옮기는 게 적절한지 고민하다가 결국 보고하지 않기로 판단했다"며 "최씨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부회장에게 보고해 봤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