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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을 통해서 노동자들의 권리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중요한 전기가 시작됐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후, 노조 측 김기덕 변호사는 법정에서 나와 이같이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31일 "기아차 정기상여금과 중식대는 통상임금에 해당하나 일비는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선고해 노조 측이 일부 승소했다.
재판부는 노조 측이 구한 청구금액 약 1조926억원 중 약 4223억원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일비는 영업활동 수행이라는 추가적인 조건이 성취돼야 지급되는 임금으로서 고정성이 없다"며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 대신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측이 주장한 신의칙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통상임금 지급하라는 판결이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
노조 측은 이번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다. 재판이 끝난 후 입장을 밝히기 위해 모인 노조 측 대표와 변호인단은 상당히 밝은 표정을 보였다.
노조 측 변호인단 대표 김기덕 변호사는 "재판부에서 이번에 인정해준 금액을 보면 사측 주장을 많이 인정하지 않고 저희 측 주장을 많이 받아들였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서 노동자들의 권리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중요한 전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2차 소송을 담당해온 노조 측 백하명 변호사는 "신의칙 적용을 제외한 부분은 만족스럽지만 세세한 부분, 인정 안 된 부분도 많이 있다"며 "판결문을 정확히 확인해보고 항소 여부를 검토해야겠지만 일단 최소한 인정받아야 할 것들은 인정 받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다소 아쉬운 점은 있지만 많이 실망스러운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노조 측 송영섭 변호사는 "오늘 1심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는 전향적으로 대화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며 "노사가 원만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상고심에서 신의칙이 적용돼 1심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에 대해 묻자 김기덕 변호사는 "우려될 수는 있겠지만 기아차 경영 상태와 대법원 신의칙 기준을 적용했을 때 해당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상고심에서 신의칙이 적용되면서 원심의 통상임금 지급 판결이 뒤집힌 사례가 많다.
지난 18일 광주고등법원은 금호타이어 통상임금 소송 2심에서 신의칙을 적용해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등도 통상임금 소송 2심에서 신의칙을 적용 받았다. 한국GM 역시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신의칙이 적용됐다.
박상모 기아차노조 정책기획실장은 "판결문 세부 내용을 보고 나서 이날 오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