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량과 일반식품은 제조 목적 달라… 장기보존 vs 맛과 품질에 더 초점CJ제일제당, 오뚜기, 이마트 피코크 등 상온 가정간편식 개발에 박차
  • ▲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는 비상식품 제품. ⓒ네이버쇼핑
    ▲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는 비상식품 제품. ⓒ네이버쇼핑


북한이 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강행한데 이어 15일 일본 상공으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북핵 리스크가 커지자 비상식량과 비상용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소비자들이 방독면이나 비상용 텐트, 랜턴, 비상식량 등을 비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비상식량은 대부분 중소기업 제품으로 CJ제일제당과 오뚜기, 동원F&B, 이마트 피코크, 농심 등의 대형 식품업체에서 제조한 제품은 찾아볼 수 없다.

비상식량은
유통기한이 상온 1년 이상으로 길어 보관이 용이하고 섭취 방법 또한 간단해 비상 상황은 물론 캠핑족이나 자취생 사이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비상식량은 해외 제품이거나 중소기업의 제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제품은 보존기간이 3년 정도로 재난 또는 비상시 식량공급이 어려운 상황에 대비한 비상식품이다. 

CJ제일제당과 오뚜기, 동원F&B, 농심 등 대형 식품제조업체들은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간편식과 레토르트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따로 비상식량(전투식량)을 만들지는 않는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비상식량은 고온에서 높은 압력으로 살균 또는 멸균해 보존료 없이 장기간 보존이 가능하도록 만든 '레토르트' 식품이다. '레토르트'는 이미 고온 열처리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비상시에는 전자레인지에 데우거나 따로 가열하지 않고 먹을 수 있지만 맛이나 식감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이남주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편의식품센터 수석연구원은 "고형물의 종류, 양 등 제품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 멸균 과정은 제품의 중심온도가 120도 4분간 또는 이와 같은 수준 이상의 효력을 갖는 방법으로 열처리를 거친다"며 "고온에서 가열 처리되기 때문에 재료의 색깔이 변하거나 조직감 등 맛과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간 보존을 위해 레토르트 과정을 거치다 보면 식품 자체의 맛과 품질, 원재료의 식감과 맛이 손상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오뚜기 '3분 카레', CJ제일제당 '햇반 컵반', '비비고 가정간편식', 이마트 '피코크' 상온 간편식 등은 모두 '레토르트' 과정을 거쳐 제조된다. 유통
기간을 늘리다보면 제품 자체의 맛과 식감을 보존하기 어렵게 때문에 최적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대부분 9~12개월로 유통기한을 한정하고 있다.

품업계 관계자는 "가정간편식과 비상식량은 어찌보면 만드는 과정이나 긴 보존 기간 등 비슷한 부분이 많다"면서도 "비상식량 전문 제조업체는 비상시에 오랜 기간 보관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대형 식품업체들은 이보다 맛이나 식감을 어떻게 오랫동안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 식품업체들은 장기 보존이 가능한 비상식량을 만들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아직까지 큰 수요가 없는 비상식량 카테고리에 굳이 진출할 필요가 없다"며 "다만 상온 가정간편식의 유통기한을 더 오래 늘리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통기한이 점차 길어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 ▲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농심 신라면, 오뚜기 3분카레, CJ제일제당 햇반, 제주 삼다수, 매일유업 멸균우유, 동원F&B 동원참치. ⓒ각사
    ▲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농심 신라면, 오뚜기 3분카레, CJ제일제당 햇반, 제주 삼다수, 매일유업 멸균우유, 동원F&B 동원참치. ⓒ각사



    일반 식품 중에서는 비교적 유통기한이 긴 라면과 레토르트 카레, 즉석밥, 참치캔, 캔햄, 생수, 멸균우유 등이 비상식량으로 꼽힌다. 라면은 유통기한이 6개월 정도로 생각보다 짧기 때문에 비상식량으로 잔뜩 쟁여둔 경우에는 유통기한을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 멸균우유는 실온에서 10주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즉석밥과 생수는 12개월(1년), '3분 카레'와 같은 레토르트 식품은 24개월(2년), 참치캔·캔햄과 같은 통조림은 최장 60개월(약 5년)까지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 CJ제일제당이 최근 선보인 '비비고 가정 간편식' 국·탕·찌개 제품과 '햇반컵반'은 9개월까지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다.

    한편 이마트에 따르면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있었던 이달 3일부터 9일까지 돈육통조림, 참치통조림, 레토르트 카레 제품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0.5%, 38.4%, 17%씩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