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던 진료청탁 의뢰 거의 사라져…환자의 감사 표시 선물도사은회·정년퇴임 선배 선물 등 후배의사들 십시일반 부담도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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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도 시행 1년, 이를 통해 대학병원과 의과대학 등 의료계 풍속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병원계에서 사라진 풍경 중 대표적인 것이 진료순서를 바꾸는 이른바 '새치기' 진료다. 김영란법 시행 이전 대학병원 검사나 수술, 외래 진료를 앞당겨 달라거나 다인실 입원실을 구해달라는 청탁의뢰는 흔한 일이던 게 사실이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이같은 광경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시행 초부터 대학병원들은 김영란법 첫사례가 되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며, 개인의 일탈로 인한 위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종 교육과 시스템을 안착했다. 내부 범무팀 내 TF를 꾸려 교수들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서약행사를 갖거나, 전산시스템 자체적으로 순서 끼어들기가 불가능하도록 진료예약시스템을 조정하기도 했다.


    빅5병원 한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전 병원 여기저기 창구를 통해 취합되는 진료청탁이 많게는 하루 수십건은 족히 됐다"면서 "이를 처리하는 일로 정신이 없을 정도였는데,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청탁의뢰 자체가 드문 일이다. 거절할 때도 분명한 명분이 있어 부담이 없다"고 전했다.


    치료받은 환자가 의료진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전달하던 선물도 예전과 같지 않다. 대학병원들은 원내 곳곳 눈에 띄는 곳에 '성원과 격려의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는 문구의 안내문을 설치했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외과 A 교수는 "과거에는 수술받은 환자가 고맙다는 뜻으로 떡을 돌리기도 하고, 직접 집에서 만든 간식을 갖다주기도 했다"면서 "법 시행 이후에도 선물을 들고 오는 환자들이 종종 있었는데 다 돌려보냈다. 일부에서는 '삭막해졌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작은 것들이 당연해지다보면 크게 누리는 것 역시 당연해지니, 이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후배 의사들이 선배 의사에게 상납하다시피 했던 문화도 사라졌다.


    의료계는 전통적으로 의사국가고시 패스, 선배의사의 정년퇴임, 스승의날 등 행사에 후배들이 돈을 모아 호텔 식사, 값비싼 선물을 제공하는 등 비용을 충당해왔다. 올해초 서울대병원 전·현직 교수 17명이 퇴임 교수에게 선물로 시가 730만원 상당의 골프채를 선물했다가 경찰에 적발된 일도 있었다.


    의과대학들은 호텔에서 하던 사은회 행사를 폐지하거나, 행사 장소·형식 자체를 소소하게 바꿔 대학 내 발전기금에서 비용을 충당하는 등 변화를 꾀했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내과의 한 원로교수는 "우리 병원에서는 전통적으로 후배들에게 각종 행사비용을 부담시키는 진료과들이 몇곳 있었다"면서 "선배로서 볼 때도 참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김영란법 시행 이후 강제적이지만 그같은 문화가 사라졌다. 속이 다 시원하다"고 전했다.


    전반적으로 의료계 풍속도 변화를 느끼고 있지만 법 시행 초반에 비해 긴장감이 느슨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빅5 대학병원 관계자는 "처음 시행 때보다는 김영란법 위반에 대한 우려감이 줄어든 게 사실"이라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전같지는 않지만 진료청탁도 조금씩 들어오고, 큰 규모 공식적인 행사 외 눈길 피할 수 있는 소규모 모임 등에서는 알음알음 경계를 허무는 일은 암암리에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