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유지 비토권 만료… 실적 부진 GM 선택 주목

  • ▲ 국내시장에서 한국GM의 철수를 막을 장치가 사라졌다. 한국GM 쉐보레의 올란도 모델.ⓒ한국GM
    ▲ 국내시장에서 한국GM의 철수를 막을 장치가 사라졌다. 한국GM 쉐보레의 올란도 모델.ⓒ한국GM


국내시장에서 한국GM의 철수를 막을 안전장치가 사라졌다. 16일 기점으로 한국GM의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매각 거부권'이 만료됐다. 이제 한국GM은 최대주주인 GM의 뜻대로 언제든 매각이 가능하다.

2002년 GM본사(76.96%)는 옛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면서 15년 간 경영권 유지를 약속했다. 또 2대주주인 산업은행(17.2%)에게 소수주주 권리로 자산매각에 대한 거부권(비토권)과 지분매각제한권을 줬다. 

한국GM과 산업은행은 주식매매 계약때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으로 이같은 조건을 달았다. 자산 20% 이상 매각에 대한 산업은행의 비토권 항목은 15년의 기한을 뒀다. 

지금껏 산업은행의 비토권 때문에 GM본사는 한국시장에서 철수를 원해도 실행이 불가능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15년 간 비토권을 갖고 있는 것이 큰 성과였는데 이제 철수를 막을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 ▲ 카허 카젬(Kaher Kazem) 한국GM 사장 ⓒ한국GM
    ▲ 카허 카젬(Kaher Kazem) 한국GM 사장 ⓒ한국GM

  • 실제 산업은행이 GM대우의 2대 주주이기는 하나 역할은 소수주주에 그쳤다. 3대 주주인 상하이자동차(6%)도 GM본사의 우호주식이어서 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또 산은이 주주감사에 나서자 한국GM은 내부 법률 검토를 통해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한국GM의 정보 차단에 따라 경영환경 등을 면밀히 검토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산업은행의 비토권 만료가 철수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GM대우의 수익성 악화에 있다. 

    한국GM의 최근 3년 간 누적적자는 2조원에 달한다. 올 1분기만 2589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자기자본이 완전 잠식됐다. 한국GM의 자회사인 유럽 쉐보레 판매법인이 GM 본사 뜻대로 유럽에서 철수하면서 형편은 더 나빠졌다. 한국GM은 유럽에 수출하는 쉐보레 차량의 90%물량을 담당해왔다. 

    내수 성적도 바닥을 쳤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체 중 한국지엠 판매량은 36.1%나 급감하면서 판매 순위도 쌍용차에 밀려 4위로 곤두박질 했다. 

    지난달 취임한 카허 카젬(Kaher Kazem) 한국GM 사장의 이력도 철수설에 힘을 보태는 형국이다. 그는 올해초 인도GM 사장시절 인도GM을 인도 내수 시장에서 철수했다. 인도GM은 수출용 공장만 남게됐다. 

    업계에서는 당장 한국GM이 국내시장서 철수할 것이라 보는 시각은 높지 않다. 연간 매출액이 10조원에 달하고 국내 근로자만 1만5천여명에 달해 '업무종료'를 선언까지는 복잡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카허 카젬 한국GM사장은 오는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국 시장에서 철수는 없다'는 의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대신 고강도의 사업구조개편에 집중해 체질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GM본사의 글로벌 구조조정 움직임에 따라 국내에서도 가동률이 낮고 생산 물량이 적은 공장을 중심으로 사업재편이 진행될 공산이 크다. 한국GM 측은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