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인증보다 기준 엄격하고 까다로워… 국내 27개 인증 중 하림은 13개하림 "유럽형 동물복지 시스템 갖춰 70개 농가로 확대" 계획
  • ▲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하림 계약사육농가를 운영하는 권혁길 대표. ⓒ하림
    ▲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하림 계약사육농가를 운영하는 권혁길 대표. ⓒ하림


살충제 계란,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AI) 등 계란, 닭과 관련한 안전성 논란이 매년 끊이지 않는 가운데 국내 1위 닭고기 업체인 하림이 친환경 인증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 받는 동물복지 인증에 공을 들이고 있다. 

23일 축산업계에 따르면 
동물복지 인증은 무항생제 인증인 친환경이나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에 비해 인증받기가 까다로워 국내에는 27개 농가만이 인증을 받았다. 하림은 이 중 13개 인증을 획득했으며 향후 70개까지 동물복지 인증 농가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친환경(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은 
친환경농업육성법이 정한 기준 요건을 충족시켜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합성항균제, 항콕시듐제, 성장촉진제, 호르몬제를 첨가해서는 안되며 구충제 사료첨가나 제초제 사용도 금지된다.  

질병이 발생할 경우 동물용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지만 해당 약품 휴약기간의 2배가 지나야 친환경축산물로 인정한다. 
도축은 HACCP 적용 도축장에서만 가능하며 일반 육계는 3주가 지나야 도축할 수 있다.

친환경 인증은 
친환경농어업육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지속가능한 친환경 농어업을 추구하고 이와 관련된 유기식품 둥을 관리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동물복지 인증은 동물보호법에 근거해 동물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면서 살수 있도록 동물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하림 계약사육농가를 운영하는 권혁길 대표(좌). ⓒ하림
    ▲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하림 계약사육농가를 운영하는 권혁길 대표(좌). ⓒ하림


  • 근거 법령과 목적이 다르다 보니 인증 기준도 친환경에 비해 상당히 까다롭다. 
    사육 밀도와 조도, 소등, 놀이공간, 격리공간, 공기 관리 등의 기준이 일반 사육이나 친환경 인증에 비해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

    하림 관계자는 "동물복지 인증 농가는 공장식 밀집 사육이 아닌 닭이 움직이고 뛰어다니며 날개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운동량을 증가시킨다"며 "
    볓짚블럭, 녹색채소 등을 이용한 놀이 기구도 갖추고 소등 시간을 엄수해 닭의 충분한 수면시간을 지켜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
    장이 더디거나 질병에 걸린 닭들이 회복 할 수 있게 해주는 격리 공간을 따로 마련해주고 있다"며 "동물복지 인증은 닭이 얼마나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 속에서 동물다운 습성을 충족하며 지낼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엄격하게 따진다"고 말했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하림 농가에서 사육되는 닭들은 좁은 닭장에 갇혀 평생을 지내는 대신 여기저기 뛰어 다니며 사육되고 있다. 최소 사육 기간도 친환경 인증에 비해 1주일 긴 4주로 정해져 있다. 

    동물복지 인증은 
    농장뿐만 아니라 닭을 도축하는 도계장과 생계운반차도 함께 기준을 충족시켜야 동물복지 인증 제품으로 출시할 수 있다. 농장의 경우 동몰복지인증을 받으려면 동물복지 인증기준에 맞게 90일 이상 예비사육한 후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심사신청을 하고 서류심사 후 심사관 2명이 현장심사를 거치고 인증이 결정된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하림의 계약농가 중 한 곳을 운영하고 있는 권혁길 대표는 "동물복지로 시스템을 바꾸면서 닭 사육수가 줄어 수입이 20% 줄어들었지만 닭들이 뛰놀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 같아 더 행복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며 "줄어든 수입에 대해서는 동물복지 인센티브 형식으로 하림이 보전을 해주기 때문에 농가 수입도 안정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하림은 
    동물복지 농장에 kg당 80원의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친환경, HACCP를 인증을 받으면 추가적으로 kg 당 20원, 5원씩을 지원하고 있어 최대 105원의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많은 농가가 동물복지를 꺼리는 이유가 90일 예비사육 시 수익감소가 커서 진행을 못하고 있는데 보다 많은 동물복지 운영을 위해 예비사육기간에도 kg 당 40원을 본사가 지원하고 있다"며 "요즘 소비자 트렌드는 웰빙을 넘어 동물복지로 넘어가고 있다고 판단돼 장기적 계획을 갖고 2014년부터 동물복지 인증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전라북도에 있는 하림 정읍공장은 국내에 최초로 유럽형 동물복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닭을 운반할때 전용 캐리어를 사용하고 닭이 쉬는 공간인 계류장에 팬과 열풍기, 스프링 쿨러, 쿨링 패드 등의 온도조절장치를 사용하며 도계시 전기충격 대신 가스 실신을 사용하는 등 닭의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닭고기 손상을 방지하고 있다. 이 공장 또한 동물복지 인증을 받았다. 

    하림
     관계자는 "동물복지 인증 제도의 어려움, 해당 제품 소비량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70개 까지 동물복지 인증 농가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선진국형 동물복지형 친환경 제품을 개발해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국내 닭고기 소비량은 국민 1인당 14kg 수준인데 2020년에는 20kg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재 증축하고 있는 익산공장이 내년 완공되면 1인 가구 소비자 트렌드에 맞춘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닭고기 매출을 신장시키고 수익 구조를 향상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