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과제 발표 통해 대립각 세운 은행권 다시 견제임기 만료 4개월 앞둔 시점서 '장기적 규제 개선' 존재감 발산
  • ▲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뉴데일리DB
    ▲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뉴데일리DB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금융투자업계 규제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되는 황 회장은 아직 공식적으로 연임 의사표현이 없었지만 금융투자업계의 핵심 과제방안 발표 및 추진을 발표하는 한편 은행권과의 신경전을 재개해 증권업계를 결집시키며 존재감과 리더십을 발산했다는 평가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황 회장은 '증권회사 균형발전을 위한 30대 핵심과제'를 발표하며 다시 한번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언급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황 회장이 지난 2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ㆍ보험에 비해 금융투자업계가 불합리한 대접을 받고 있다"며 은행권을 향해 던진 메시지다.


    당시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신탁업법 제정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와 은행권의 갈등이 고조됐던 상황에서 황 회장은 증권사에 기업 지급결제와 외화환전이 허용되지 않는 것을 대표적인 불합리한 대접으로 지적하는 한편 은행권에 대해 비효율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에 대해 하영구 은행연합회장도 약 2주 뒤 "은행은 축구장에서 축구를, 증권은 농구장에서 농구를 하라는 것이 전업주의"라며 "운동장이 기울어진 것이 아니라 운동장이 다르다"며 황 회장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또 은행의 비효율성 주장에 대해서도 통계자료를 제시하며 반박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금융투자업계와 은행권은 여전히 업무영역을 두고 냉랭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속 초대형IB 출범 이슈는 금융투자업계는 물론 은행권도 예의주시하는 부분이다.


    은행권에서는 업무 영역 침범 우려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황 회장 입장에서는 금융투자협회장으로서의 역할이 집중되는 시점이다.


    업계는 전일 황 회장의 발언에 대해 증권업 발전을 위한 규제 개혁 가이드라인 제시로 은행권과 대립각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업계를 결집 시키는 한편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하는 시간이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은행권과의 대립각도 여전히 유지했다.


    황 회장은 초대형IB 출범에 대한 은행권의 경계에 대해 "은행 기업지원 금액의 1%도 안 되는데 초대형 투자은행 출범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라며 "초대형IB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 동의가 이미 형성됐다"며 은행권에 대한 견제를 잊지 않았다.


    이어 "5곳의 초대형IB가 기업금융에 활용할 자금 규모는 많아야 5-6조원 수준"이라며 "5대 은행의 관련 자금이 600조원 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초대형IB 거래기업은 담보가 없거나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기업"이라며 은행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밖에 은행 대비 높은 증권사의 자기자본규제(레버리지 비율)도 지적하는 등 은행권과의 비교, 견제를 통해 금융투자업계의 결집을 유도했다.


    30대 과제를 임기가 불과 4개월 가량 남은 상황에서 발표했다는 점에서도 황 회장의 연임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발표된 30대 과제 대부분이 법·시행령·제도의 개정 또는 완화가 필요한 내용으로 업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발표 시점과 연임 시동 시점이 맞물린다"고 말했다.


    연임 의지에 대한 추측을 사전에 막기 위해 황 회장은 "30대 과제를 공론화한 것은 협회장이나 임원, 담당직원 등이 바뀐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가 되든 금융투자업계를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해 가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30대 과제를 금융당국과 이미 공유했고, 과제를 공론의 장에 올렸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정책이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취임 이후 초대형 IB 인가, 비과세해외주식형 펀드 등의 도입으로 증권업계의 이익을 추구해왔다는 점에서 업계의 평가는 긍정적인 만큼 연임 도전 가능성은 높다.


    업계 역시 황 회장의 연임 도전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 CEO들의 임기 역시 줄줄이 만료되고 이들의 차기 행선지로 협회가 거론되고 있어 연임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편 회원사 투표로 선출되는 금융투자협회장은 이르면 오는 12월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