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설에 멍든 내부 분위기 쇄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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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음에 따라 반년 넘게 은행장 공백 사태를 겪은 수협은행이 이동빈 체제로 새롭게 출범하게 됐다.
이 신임 행장은 "임기 내 공적자금의 절반을 갚겠다"며 수협은행의 수익구조 개편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24일 수협에 따르면 이날 오전 중앙회 이사회가 열려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가 수협은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한 이동빈 전 우리은행 부행장의 임명 동의안건을 처리했다.
거부권을 쥔 김 회장은 예상대로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비토하지 않았다.
Sh수협은행은 이날 오후 주주총회를 열고 행장 임명안을 처리했다. 최대 주주인 중앙회 이사회를 통과한 만큼 주총 의결은 요식절차에 불과했다.
신임 이 행장은 25일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나선다. 임기는 3년이다.
신임 이 행장은 1960년생으로 강원 평창군 출신이다. 원주고와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35년간 풍부한 은행 경험을 쌓았다. 우리은행 기업금융단 상무를 거쳐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여신지원본부장(부행장)을 지냈다.
업계에선 일벌레로 정평이 나 있다. 꼼꼼한 성격이어서 은행 직원들이 힘겨워했다는 후문이다.
여신관리·금융전문가로 알려졌다. 이광구 은행장 취임 이후 자산 건전성 확보 주문을 받고서 우리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우리은행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물론 유동성커버리지(NPL) 비율을 대폭 높인 장본인이다.
하지만 신임 이 행장이 풀어내야 할 과제도 녹록지만은 않아 보인다.
우선 수협은행은 2001년 예금보험공사로부터 1조1581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았다.
애초 내년부터 상환할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786억원의 세전 당기순이익을 낸 데 힘입어 올해 3월 127억원의 공적자금을 처음으로 갚았다.
수협은 앞으로 11년간 공적자금을 나눠 갚을 예정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조기 상환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신임 이 행장으로선 상환 시기가 앞당겨진 데다 조기 상환을 위한 배당금을 최대한 늘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신임 이 행장은 "임기 3년 내 공적자금을 모두 갚지는 못하지만, 절반 정도는 갚고, 조기 상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수협은행의 자산구조가 기업 중심으로 돼 있는데 앞으로 소매금융 기반을 탄탄히 해 경영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해 신경(신용·경제사업) 분리로 사업구조가 개편되면서 영업여건이 좋아졌다"고 부연했다.
신임 이 행장은 "공적자금이 들어온 구조나 성격은 다르지만, 우리은행에 있을 때 자본금 출자 형식으로 들어온 공적자금을 상환한 경험이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행추위 공전으로 3차 공모까지 거치면서 수협은행 안팎에서 팽배해진 외부 인사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신임 이 행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3차 공모 중에도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금융권 인사 낙하산 설이 돌면서 분위기가 험악했던 만큼 수협은행 내부적으로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신임 이 행장은 "어느 조직이건 내부에서 CEO가 배출되길 바라는 게 당연하다"며 "금융맨으로서 직원들을 더 섬기고 모셔서 함께 '강한 수협'을 만들 수 있게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협은행장 지원 계기와 관련해 "퇴직 후 ㈜우리피앤에스 대표이사로 지난 3월 왔기 때문에 앞선 공모에는 참여할 여건이 안 됐다"며 "그동안의 은행 여신 경험을 살려 내 가치를 발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던 중 3차 공모 소식을 접했고, 수협은행 재무제표나 감사보고서 등을 확인한 후 잘할 수 있겠다 싶어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신임 이 행장은 "우선 공적자금 조기 상환에 집중하면서 수익선 다변화, 노사 상생, 중앙회와의 소통 등에도 힘써 나가겠다"며 "수협은행이 수산인의 경쟁력 강화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게 온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행추위가 이 후보자를 추천했을 때 어떤 기준으로 추천했는지 알 수 없어 걱정이 많았다"며 "하지만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눠보니 금융전문가이고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도 있어 안도감이 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