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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화두 속에 유전자치료 연구 범위 규제 완화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 다만 생명윤리 차원에서 제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료계와 종교계 설득이 관건이다.
과학자 출신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은 지난달 '생명윤리및 안전에 관한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행법상 유전자 치료 연구는 일부 제한적인 상황에 국한해 허용되고 있다.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질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로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이 없거나 유전자치료의 효과가 다른 치료법과 비교해 현저히 우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치료를 위한 연구 등 '포지티브' 규제다.
신 의원안에는 이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겼다. 유전자연구를 할 수 있는 경우를 법에 담는 것이 아닌 하지 말아야 할 범위를 규제함으로써 질병의 종류와 대체 치료법의 유무에 관계 없이 유전자치료 연구를 허용하도록 했다.
신 의원은 "생명윤리법이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유전자치료 연구 범위가 모호해 연구자 입장에서는 법 위반에 따른 제재나 감사 조치가 두려워 연구 자체를 꺼리거나 못하는 실정"이라면서 "연구자들이 창의성을 갖고 엄격한 책임하에 자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산업혁명 흐름 속 개정 논의 '탄력'…의료계는 '신중론'-종교계 '반대'
4차산업혁명 화두 속에 최근 유전자 치료 연구 범위 규제 완화 논의는 시대적 흐름을 타고 있는 모습이다.
그간 법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산업계와 과학계, 일부 의료계로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유전자치료에 관한 연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다양한 유전자치료제 개발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목소리였다.
유사한 내용의 법개정은 지난 19대국회에서도 추진됐지만 좌초됐다. 유전자연구가 상업화됨으로써 생명윤리 관점에서 부작용을 우려한 의료계와 종교계의 반발 등으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보건복지부는 민관협의체를 통해 4차산업혁명 기술 발전에 따른 생명윤리법 개정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 최근 협의체는 "주요 논의 결과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대해 법률로써 구체적 행위를 규제하는 것에 대한 한계를 인정했다"면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생명과 인격에 대한 존중과 보호, 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규제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내달 관련 공청회를 개최한 뒤 방향을 가닥지을 방침이다.
국제적인 연구 규제 환경도 변해가고 있다. 미국·영국 등 제약 선진국의 경우 유전자치료에 관한 연구 대상 질환을 제한하고 있지 않고, 최근 일본에서도 대상 질환을 명시한 조항을 삭제해 유전자치료에 관한 연구를 활성화하고 있다는 게 신 의원 측 설명이다.
신용현 의원실 관계자는 "과거보다 국내 유전자연구 기술이 성숙해지고 있다는 점, 시대의 흐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 등은 정부 입장에서도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지점"이라고 밝혔다.
다만 생명윤리법 개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존재한다. 의료계는 신중한 입장을, 종교계는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은 "유전자 치료를 무분별하게 확대할 경우 상업화를 부추길 수 있다. 연구 목적에 한한다고 해도 결국 상업적 치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개정 시 병원윤리위원회(IRB) 심의를 거친 유전자치료에만 인정토록 하는 제동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윤리자문위원회는 "인간배아에 대한 유전자 편집 연구에 관한 의견서'를 통해 "최근 기초과학연구원의 연구성과는 매우 중대하게 부도덕한 일이고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내용을 보건복지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전달했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도 성명을 통해 "현행 법률에 위태롭게 남아 있던 의료 윤리적 조치조차 박탈해 버리는 법률안"이라면서 반대의사를 분명히했다.
이와 관련 신용현 의원실 관계자는 "넓은 의미의 생명윤리를 이해하는 측면에서 의료계와 종교계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직접적인 치료 적용에서는 약사법상 규제를 통해 충분한 방지장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