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지부 창립 13주년, 은행장이 직접 찾아와산별교섭 전 이례적 안건도 없이 상견례 진행 '눈길'
  • ▲ 허인 국민은행장(왼쪽 두번째)이 21일 KB국민은행지부 창립 13주년 기념행사를 찾아와 박홍배 노조위원장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KB국민은행지부 박홍배 위원장 페이스북.
    ▲ 허인 국민은행장(왼쪽 두번째)이 21일 KB국민은행지부 창립 13주년 기념행사를 찾아와 박홍배 노조위원장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KB국민은행지부 박홍배 위원장 페이스북.


    꽁꽁 얼었던 국민은행 노사 관계가 허인 은행장의 취임과 함께 서서히 풀리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노동조합 창립 13주년 기념행사에 허인 은행장이 직접 찾아와 노조와 술잔을 기울이며 속을 터놓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취임식을 마친 후 박홍배 노조위원장과 만남을 가졌지만 저녁 행사에도 또다시 참석하며 스킨십 행보를 이어간 것이다.

    허인 은행장은 취임식 기자간담회에서 “노조는 경영의 한 파트너로 서로 다른 부분을 진정성 있게 풀어내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더 자주 만나고 진정성 있는 소통을 이어 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노조 측에 보내는 진정성 있는 구애인 것이다.

    오전 면담에서는 산별교섭 협상안이 나오기 전 임단협 상견례까지 함께 진행하는 파격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보통 개별 임단협은 산별 협상안건이 나온 후 세부 사항을 조율하며 첫 대면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어 허인 은행장이 먼저 노조위원장에게 악수를 청한 것이다. 확대하자면 노조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줄 용의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허인 은행장의 거침없는 행보에 노조도 즉각 화답할 계획이다. 올해 임단협에서 직원들의 대대적인 처우개선 요구안을 준비 중이다.

    일단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L0직급의 급여 상향과 승진대상자 확대를 요구안에 담을 생각이다.

    L0직급은 무기계약직으로 고용은 보장됐지만 은행 내 승진폭이 적었다. 지난해 약 3000명의 L0직급 중 승진자 수는 80여명에 불과했다.

    노조는 승진대상자를 확대해 직군 차별을 없애자는 의도다.

    임금피크 개선안도 대화의 핵심 주제다. 국민은행 임금피크제는 56세부터 급여의 50%를 5년간 받는다.

    타행의 경우 순차적으로 급여가 삭감되는데 반해 국민은행 직원들은 임금피크에 돌입하면 갑작스럽게 급여가 줄어드는 것이다.

    박홍배 노조위원장은 “임금피크의 경우 2007년 도입된 것으로 정년이 늘어난 현재에선 개선될 사항들이 많다”며 “은행장과 이 부분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은행 내 콜센터, 청원경찰 등 외부 용역인 계약직군도 정규직 전환 방향을 모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