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앞뒤로 브랜드 알리는 홍보 활동에 주력"장기적인 브랜드 마케팅이 목적"
  •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기간에 맞춰 유통업계에서는 다양한 수능 할인 이벤트를 전면에 내세워 미래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반값 할인과 공연, 이벤트는 물론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치는 등 막대한 예산을 들여 수험수험생들에게 자사 브랜드를 적극 알리고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포스트 소비 주체로 떠오른 수험생들은 미래 잠재 고객으로 꼽히는 만큼 이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유통업계의 치열한 마케팅 열전을 들여다 본다. <편집자주>

  • ▲ 관련 사진. ⓒ현대백화점
    ▲ 관련 사진. ⓒ현대백화점


유통업계에서 매년 진행하는 수능 할인 이벤트와 행사 등은 미래의 고객을 우선 선점하기 위한 고도의 마케팅 전략으로 꼽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제 갓 성인이 되는 대부분의 수험생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기면 향후 단골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유통업계가 이벤트를 쏟아내고 있다. 

백화점의 경우 20살을 맞는 수험생을 잡기 위해 정장, 캐쥬얼룩 등 의류 제품에 할인 폭을 키우고 수험표를 제시하면 선물을 증정하는 등 브랜드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수험생 대부분이 곧 성인이 된다는 점을 감안해 스타일과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백화점이라는 공간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체험시키기 위해서다.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은 다양한 의류 및 화장품을 30% 이상 할인하면서 고객들의 문턱 낮추기에 나섰다.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의 가장 큰 걱정은 젊은 고객들이 백화점을 방문하지 않는 것"이라며 "수능이 끝난 젊은 친구들에게 백화점을 체험하게 만들어 방문율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이들에게 미리 백화점을 경험시켜 미래 고객을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수능생 이벤트가 진행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복합쇼핑몰 역시 같은 이유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다양한 즐길 거리 등을 저렴한 가격에 체험하게 해 이들에게 친근하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스타필드 하남의 경우 스포츠몬스터를 찾는 수험생이 수험표 또는 학생증을 지참한 경우 입장권을 1만원에, 음료 이용권을 2000원에 할인 판매한다. 고양점의 펀시티도 수험생 및 동반 1인 대상으로 볼링 이용권 1+1 이벤트와 포켓볼 50%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수험생이 한 번의 이벤트와 체험으로 끝내지 않고 이후 재방문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고객 확보 차원에서 특별 할인 및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대형쇼핑몰 등을 친숙한 이미지로 기억한 고객은 추후 다시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며 "수능 이벤트는 우선적으로 고객을 경험하게 만든다는 취지가 강하기 때문에 엄청난 물량과 할인 공세로 다양한 이벤트를 앞다퉈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 관련 사진. ⓒ롯데월드
    ▲ 관련 사진. ⓒ롯데월드

  • 외식업계와 레저업계도 매년 수험생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는 수험생들을 위한 파격적인 할인 정책과 물량 공세를 쏟아 부으며 연중 행사로 수능족들을 공략하고 있다.

    수능 시즌에는 청소년이 주요 타깃인 패스트푸드점보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뷔페 식당들이 이벤트에 더욱 공을 들인다. 

    빕스와 애슐리, 세븐스프링스, TGI 프라이데이스 등은 청소년들이 이용하기에는 다소 가격대가 있는 레스토랑이지만 수능 이벤트를 통해 최대 50%까지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능족을 공략하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수능이 끝나고 나면 수험생들이 아르바이트나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경제활동을 하게 되는 등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게 된다"며 "고품질의 식사나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들이 향후 비싼 가격을 감안하고서라도 다시 레스토랑을 찾을 수 있도록 저렴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수능 이벤트의 주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레저업계도 수험표를 지참한 수험생에게 최대 50% 할인 혜택을 주고 콘서트,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수능족 모시기에 나섰다. 놀이공원과 아쿠아리움, 전망대, 영화관 등 연인들이 데이트할때나 친구들끼리 자주 찾는 복합 문화 공간들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여 이들의 문화 아지트로 자리매김하게 하려는 전략이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청소년 때도 경험했던 공간이지만 성인이 돼 경험하는 첫 이벤트인만큼 더욱 다양한 혜택과 이벤트를 마련하는데 주안점을 뒀다"며 "각종 이벤트를 통해 멤버십 가입을 유도할 수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단골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문화 체험 공간들이 수능 이벤트를 연중 행사처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 관련 사진. ⓒ오비맥주
    ▲ 관련 사진. ⓒ오비맥주


  • 타깃 고객이 수험생이나 청소년이 아닌 주류업계는 사회공헌형 캠페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우회 전략을 택하고 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디아지오코리아 등 유명 주류 브랜드들은 매년 수능 기간에 맞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음주예방'이나 '건전한 음주 문화' 캠페인을 펼치는가 하면 이색 공연을 통해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유도하고 있다.

    오비맥주의 청소년 음주 예방 캠페인 '패밀리토크' 연극 공연이 대표적이다. 부모와 자녀 간 대화를 주제로 한 창작연극 '가족사진'과 가족소통 전문가 임영주 박사의 '토크 콘서트'로 구성된 '패밀리토크'는 지난 2015년부터 10여 차례 성황리에 전국 공연을 하는 등 학부모와 학생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연극이라는 매개체로 청소년 음주와 흡연, 집단 따돌림 등 민감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만들고 가족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보자는 것이 캠페인의 기본 취지다.

    계 관계자는 "미래의 고객이자 포스트 소비 주체로서의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수험생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은 막대한 홍보·마케팅 비용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투자"라며 "유통업계의 수능 이벤트는 단기적인 매출 증대나 이익을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장기적인 측면에서의 고객 확보로 보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지난 15일 
    포항 지역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올해 수능은 기존 16일에서 23일로 미뤄졌다. 수능 시험날이 연기된 것은 수능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